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환율의 영향으로 0.9% 감소했다. 2년 연속 감소다. 소비 위축의 영향으로 가계 순저축률은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19년 국민계정(확정) 및 2020년 국민계정(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881달러(원화 3762만원)다.
원화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0.2% 늘었지만, 지난해 환율이 1% 넘게 오르면서 미 달러화 기준으로 전년보다 1.0% 줄었다.
1인당 GNI는 미화 기준 2018년 3만3564달러, 2019년 3만2204달러였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통계로 한 나라 국민의 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쓰인다.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ADI)은 2095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2.3% 늘어났고, 미 달러화 기준으로는 1만7756달러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가계가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소득으로 가계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정부 지원금 등의 영향으로 코로나19에도 가계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가계 순저축률이 11.9%로 전년보다 5%포인트 급증했다. 경기 위축에 가계가 소비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분석된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가계 소득은 증가했으나 소비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가계 순저축률이 큰 폭으로 올랐다”며 “순저축률이 높아지면 경기가 회복하거나 코로나 상황이 많이 개선될 경우 펜트업 디맨드(억눌린 수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들어서 민간 경기가 회복되며, 경제성장률은 빠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함께 발표된 ‘2021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와 교육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1.2%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1.7% 상승했다. 이는 속보치 대비 0.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대비 2.4% 증가했다.
한은은 지난 5월27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했다. 이는 1분기 실질 GDP 1.6%에 바탕을 둔 전망치로, 올해 경제성장률 4%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한은은 올해 1인당 GNI 역시 전년 대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박 국장은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현재까지는 상승세라서 명목 성장률이 꽤 높을 것”이라며 “원화가 큰 폭의 약세만 보이지 않는다면 플러스(+)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이 상향되며 인플레이션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1분기 GDP디플레이터는 전 분기 대비 2.6% 상승했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으로 국가 경제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의미한다.
박 국장은 “GDP디플레이터는 소비재에 대한 물가와 자본재·수출재 물가를 동시에 반영한다”면서 “(이를 근거로) 인플레가 계속될 거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면 내수 디플레이터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발표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연 -0.9%다. 올해 3월 발표 당시(-1.0%)보다 0.1%포인트 올랐으나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22년 만의 역성장이다. 2019년 GDP 성장률 확정치는 연 2.2%로, 0.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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