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수백만회분 이달 말 유통기한 만료
예비군·민방위 등 89만명 내일부터 접종

존슨앤드존슨 계열사 얀센이 만든 코로나19 백신이 미국에서 인기가 없어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유통기한 만료가 얼마 안 남은 얀센 백신을 백신이 부족한 외국에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특별히 지원한 얀센 백신 101만회분 접종 개시를 앞두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요즘 얀센 코로나19 백신 재고 처리 문제를 놓고 고심하는 중이다. 미국 내에서 이달 말로 유통기한을 채우는 얀센 백신 재고가 수백만회 분량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비슷한 혈전증 발생 우려를 들어 얀센 백신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비록 CDC가 열흘 만에 사용 재개를 결정했지만 미국인들 사이에서 얀센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이미 확산한 뒤였다. 얀신 백신을 맞기로 했던 사람들 상당수가 발길을 돌리면서 대량으로 예약이 취소됐다.
WSJ은 얀센 백신의 경우 지금까지 2140만회 분량이 미국 정부에 납품됐지만 실제 사용된 것은 절반을 갓 넘기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얀센이나 AZ와는 다른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화이자·모더나 백신이 납품한 백신의 무려 83%가 사용된 것과 대조적이다. AZ 백신은 아예 미국에서 사용 승인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얀센 백신 재고 물량이 쌓임에 따라 일부 병원은 아예 재고 물량를 민간 의원이나 약국, 다른 주(州)에 발송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현재 미국에서 전반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얀센 백신 재고량을 소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유통기한 만료를 앞둔 얀센 백신을 백신이 부족한 외국에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외국으로 백신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에 신속히 접종한다는 보장이 없고, 더욱이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 약 89만4000명이 10일부터 미국 정부가 제공한 얀센 백신을 맞는다고 9일 밝혔다. 얀센 백신은 AZ, 화이자, 모더나에 이어 국내에 4번째로 들어온 코로나19 백신이다. 다른 제품과 달리 한 번만 맞으면 접종이 완료되는 장점이 있다.
지난달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한국군(軍)에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약속에 따라 지난 5일 우리 공군의 수송기 편으로 얀센 백신 101만회분이 국내에 반입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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