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재판이 진행된 8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검찰이 피고인신문 마지막 무렵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게 질문을 건넸다. “피고인,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한 번도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잘못했다는 생각을 안 하고 계신 건가요?”
김 대표는 답했다. “옵티머스 대표로서 어떤 일로도 책임이 면해질 수 없습니다. 단지 저는 상식적으로 저 혼자 할 수 없는 일인데 모든 걸 기획하고, 마치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해간 것처럼…. 저는 제가 가진 전 재산이 날라가고 집도 풍비박산났는데 마치 제가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취해가고 사기를 기획해서 수천억원을 가져가고 그걸 다 혼자 한 것처럼 되는 게 억울합니다. 제가 대표이사로서 피해자도 생기고, 관련자들이 엄청난 괴로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제 잘못을 뭐라고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신문은 증거조사가 끝난 뒤 피고인 변호인이나 검사, 판사가 피고인에게 공소사실과 관련된 내용을 묻는 절차다. 피고인신문이 끝나면 검찰 구형이 이뤄지기 때문에, 피고인신문은 재판 마무리를 알리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신문을 마친 후 “김 대표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사건으로 금융시장 신뢰가 깨지고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김 대표는 검찰 구형을 들은 뒤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사과하면서도 억울함을 피력했다. 그간 공판과정에서 주장한 것처럼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와 유현권 전 스킨앤스킨 고문에게 책임을 돌렸다.
김 대표는 “투자자분들에게 사과드린다. 회복할 수 없는 실망감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검찰이 최초 설정한 프레임대로 수사를 하다 보니 억울한 부분도 있다. 공소장 내용이 모두 진실로 굳어질까 두렵다. 정영제와 유현권이 사기를 친 것이다. 재판부가 합당한 벌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김 대표와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에게도 중형을 내려달라고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허선아)에 요청했다.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 이사에겐 징역 25년, 변호사로서 자문 역할을 맡았던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에겐 징역 20년이 구형됐다. 유 전 고문과 송모 이사에게도 검찰은 각각 징역 15년,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최후진술에선 피고인 5명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윤 이사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변호인이다가 피고인으로 나왔을 때의 수치심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흐느꼈고, 이 이사도 “본의 아니게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줘 죄송하다. (재판부는) 제 어리석은 부분만 책임을 물으시고 검찰의 오해는 현명히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유 전 고문은 “이 자리를 빌려서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한다. 겸손하게 살아가겠다”고 했고, 송 이사도 “나쁜 마음으로 일하지 않았다. 환매 중단으로 손해를 본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검찰은 최후의견을 말하는 자리에서 그간의 소회를 털어놨다. 검찰은 “2017년 6월부터 환매 중단된 3년의 시간동안 펀드 운용의 기초를 제공한 확정매출채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었다”며 “자금 이동이 한 번도 없었던 점이 드러나지 않은 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런 대국민 사기극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전체 범행에 대한 인식 없이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했다거나 다른 공범의 주도적 기망행위에 이끌려가다 막다른 골목에서 불가피하게 펀드자금 돌려막기에 이르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며 “한 명이라도 이의를 제기했다면 이 사건 범행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 등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 2900여명으로부터 약 1조1903억원을 끌어모은 뒤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이후 추가 기소한 금액을 합하면 이들이 끌어모은 투자금은 총 1조3526억원, 이중 아직 회복되지 않은 피해액은 5542억원이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다음 달 20일로 잡았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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