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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선 부동산 민심 붙잡기…민주, 도덕적 기반 재건할까?

입력 : 2021-06-08 18:52:50 수정 : 2021-06-08 22: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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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이례적 단호조치 배경

불법거래 ‘의혹’단계 불구 극약처방
송영길 “탈당 권유한 것… 징계 아냐”
‘복당시 불이익 최소화’ 당배려 강조

우상호 “어머니 묘 쓰느라 토지 구입”
김회재 “집 매도과정, 명의신탁 오해”
즉각 해명·반발에 자진탈당도 속출

“우리 당이 왜 의원 모두의 동의를 받아 전수조사에 임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8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 대한 자진 탈당 권유 결정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정치사에 이렇게 많은 의원을 대상으로 출당 또는 자진탈당을 조치하는 경우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원 12명의 부동산 불법거래는 아직 ‘의혹’ 단계이지만, 민주당은 유례없는 강력한 선제 조처를 내렸다. 전날 국민권익위는 민주당 의원 및 가족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조사가 최종 결론이 아니다”며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자료를 송부하는 등 위법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미룬 바 있다.

민주당으로선 자진 탈당 권유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 자기 몸을 상해 가면서까지 꾸며 내는 계책)이다. 당내에선 전날 권익위 조사 발표 전까지 언급됐던 9명보다 불법거래 의혹이 제기된 의원 수가 늘어나자, 자발적 조사 요청으로 ‘오히려 제 발등을 찍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내년 3월 대선까지 9개월여를 남겨둔 민주당으로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거치며 씌워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이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이를 하루빨리 털어내고 대선 준비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덕적 기반을 재건하지 않고는 정권 재창출도 없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긴급 소집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의원 12명에 대한 조치 수위를 두고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앞에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실명 공개에 찬성했지만, 앞서 예고된 출당 조치와 관련해서는 “국회의원의 정치적 생명을 흔드는 조치”라며 “의혹만 가지고 출당 조치한다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송영길 대표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오전에 (송 대표와) 통화하니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본인 및 직계 가족의 입시·취업 비리, 부동산 투기, 성추행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까지 복당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송 대표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출당 조치가 징계지만 (이번엔) 탈당을 권유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징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향후 복당 절차 등에서 개별 의원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당 지도부의 ‘배려’가 담겼다는 뜻이다.

그러나 명단에 오른 의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농지법 위반 의혹 소지가 불거진 우상호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토지의 구입은 어머님의 사망으로 갑자기 묘지를 구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한 일이다. 이후 모든 행정절차는 완전히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또 “당초 투기 목적으로 해당 농지를 구입한 것이 아닐뿐더러 구입 이후 현재까지도 성실하게 농사를 짓고 있다”며 “이를 농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이 제기된 김회재 의원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권익위의 사실관계 미확인으로 인한 오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의혹이 불거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에 대해 “지난 5월13일 잔금 14억7000만원을 수수한 뒤 곧바로 근저당 설정을 해지했다”며 “권익위에선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5월13일 이전 조사내용을 기반으로 명의신탁 의혹이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착잡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표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자진탈당하는 의원들도 속출했다.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는 윤재갑 의원은 이날 중앙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성실하게 조사에 임해 빠르게 의혹을 벗고 복당하겠다”고 밝혔다.

명의신탁 의혹이 제기된 문진석 의원은 “소명 후 의심이 해소되면 즉시 민주당에 다시 돌아오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문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억울한 마음이지만 지금은 당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지도부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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