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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타개·우군 만들기’… 北·中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한반도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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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9 06:00:00 수정 : 2021-06-08 2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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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다시 가까워지는 北·中

코로나로 국경 봉쇄… 사실상 교류 끊어져
美, 中 포위전략 가시화로 결속 재개 기류
中 왕이 외교부장·주중 北대사 ‘팔짱 회동’
5월 韓·美 정상회담 후 가속화 분위기

北, 4월 對中 수입액 전달보다 121% 증가
국제사회 제재·코로나로 北 경제난 심각
교역 80% 이상 차지하는 中과 재개 절실
美·中 갈등 고조, 韓·美 공조 강화 기회 요인

中도 對美 외교 활용 위해 北과 결속 필요
제재 위반 않는 선에서 식량 지원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가 전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팔짱을 낀 채 회동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양국의 우의는 외부 침략에 맞서 함께 싸우며 흘린 피가 굳어져 만들어진 것”이라는 왕 부장 발언도 소개했다. 한·미동맹 강화를 다짐한 한·미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사실상 교류가 끊겼던 북·중관계가 최근 재개되는 기류가 뚜렷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중 포위 전략이 가시화하면서 나타난 북·중의 결속 움직임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한·미의 공조 강화에 대응해 북한과 중국도 전통적 우호 관계를 과시하면서 밀착하고 있는 것이다.

 

◆가속화하는 북·중 밀착

지난 2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중이 결속을 강화하는 기류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양국 관계 강화를 강조하는 내용의 구두친서를 교환했다는 보도가 북·중 언론에서 나왔다. 지난달 7일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김 위원장 방중 3주년 기념 사진전에는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비롯해 중국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북한대사관이 최근 김 위원장의 방중 사진을 대거 전시한 것이나,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훈장 후보에 6·25전쟁 참전군인도 포함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 상반기 북·중 교역이 증가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4월 북한의 대중국 수입액은 2875만1000달러로 전달(1297만8000달러)보다 121.5%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7월 6586만5000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근 9개월 사이 최대치이다.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지난 1~2월 북한의 대중국 수입액이 각각 2만9000달러, 3000달러에 그치는 등 북·중 교역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경제난 타개 절실한 북한과 우군 필요한 중국

북·중이 결속을 강화하는 데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강하다. 미·중의 패권경쟁이 격화하고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가 밀착하면서 북·중이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중국은 우방과 힘을 모을 필요가 있고, 북한은 경제난 타개가 시급하다.

이용남 주중 북한 대사(왼쪽), 왕이 중국 외교부장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북한의 경제사정은 심각하다. 비핵화 협상 재개 여부를 두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북한은 자력갱생으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교역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교역 재개 없이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 북·중 접경지역에서 교역 재개 움직임이 포착되고, 북·중 국경봉쇄 해제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깊다.

미·중 갈등이 치열해지고 한·미 공조가 강화하는 상황은 북한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는 대화 재개를 앞두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활용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할수록 ‘우군 확보’ 차원에서 북한의 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공조가 강화하면서 북한의 몸값은 더욱 뛰었다. 중국은 대북원조를 통해 북한과 결속을 강화할 공산이 크다. 대미 외교에 ‘북한 카드’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왕이 부장이 이용남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힘닿는 한 북한에 도움을 주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북·중 밀착 수위는 어디까지 갈까

북·중의 밀착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는 현재로서는 전망하기 어렵다. 중국은 일단 북한의 체제 내구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북 식량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 이상의 경제적 지원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북제재가 무력화하고 미·중관계는 더 악화할 게 불을 보듯 분명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지만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도 확고하다. 중국이 대북제재를 허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당분간 북한의 경제 사정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미동맹이 강화할수록 북·중 밀착은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면서 “북한이 언제 북·중 국경을 개방할 것이냐, 중국이 경제성장에 이를 수 있는 수준의 대북지원까지 할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6월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국빈관인 조어대(釣魚台)에서 만나는 모습. 연합뉴스

◆‘순망치한’ 관계서 전략적 혈맹사이로 변모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으로 불리는 북·중관계는 지난 70여년간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는 양상을 되풀이했다.

 

북·중은 6·25전쟁에서 중국의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로 혈맹관계를 형성한 뒤 중국이 전후 복구를 위해 북한에 3억2000만달러 규모의 무상원조를 하면서 돈독해졌다. 양국의 혈맹관계는 1961년 7월 북·중 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깊어졌다. 북·중 간 군사동맹 체제를 규정한 조약이다. 발전을 거듭하던 북·중관계는 1992년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북한이 중국의 의사에 반하는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며 양국 관계는 나빠졌고,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당시 김정일, 김정은 시대의 북·중관계가 더는 선대의 순망치한 관계가 아니라는 진단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2017년까지 한 차례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연합뉴스

악화일로로 치닫던 북·중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부터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을 상대해야 했던 북한은 전통적인 우호국이자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G2(주요 2개국)인 중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1,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중국을 잇달아 방문하며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세 차례 중국을 찾았고, 2019년 1월에도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2019년 6월 국가주석이 된 뒤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중관계는 밀월을 구가했다.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북·중 간 왕래가 사실상 끊겼다. 하지만 북·중관계는 지난 2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이 가시화하면서 다시 기류가 바뀌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털사=AFP연합뉴스

북·중관계를 더 이상 순망치한의 관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서로를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는 전략적 혈맹관계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북·미 협상에서 중국을 뒷배로 삼아 자국에 유리한 협상 조건을 제시하고,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북한 카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원재연 선임기자 march2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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