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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지침’ 있었지만 가해자와 2주 넘게 생활해야 했던 피해자 [뉴스+]

입력 : 2021-06-08 17:07:32 수정 : 2021-06-08 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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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부대관리훈령 정면 위배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 모 중사가 지난 2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공군이 성추행 피해자 이모 중사를 사건 발생 직후 가해자와 분리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 개정된 부대관리훈령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우선 분리하는 내용의 부대관리훈령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이 기간 이 중사는 갖가지 사건 무마, 회유, 압박 속에 내몰렸다. 이후 계속되는 2차 피해를 견디지 못한 가운데 이 중사는 끝내 극단적 선택을 했다.

 

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지난해 3월 국방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군 성범죄 재발방지 제도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각 분리하는 방안을 내놨다. 군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같이 근무하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 소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피해자 보호에 취약한 점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국방부의 부대관리훈령 제244조에는 ‘각 부대장은 성폭력 신고 상담이 접수된 단계부터 성고충전문상담관 또는 양성평등담당관의 조언을 받아 가해자와 피해자를 공간적으로 우선 분리한다’는 문구가 반영됐다. 성폭력 피해자의 ‘신고 시점’부터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각 분리하는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부대관리훈령 개정 약 5개월 만에 발생한 이 중사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즉각적인 분리 조처는 없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이 중사와 가해자 장모 중사 간 분리는 사건 발생 2주일이 지나서야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이 중사는 성추행 사실을 사건 다음날인 3월3일에 정식 신고했지만 장 중사는 3월17일에야 공군 군사경찰의 조사를 받은 뒤 다른 부대로 전보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이 모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추모한 뒤 고인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즉각적으로 분리 조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악의적인 2차 피해가 이어졌다. 이 기간 이 중사의 신고를 받은 상사들은 “살면서 한 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하거나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냐”면서 사건 무마, 회유 등 2차 가해에 나섰다.

 

이 중사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과 관련해서 국방부는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규정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도록 돼 있다”면서 “해당 규정이 이 사건에서는 왜 적용이 안 됐는지는 수사 과정에서 규명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예방을 위한 소문 유포자에 대한 처벌근거 마련’이 지난해 11월 국방부 검토과제로 지정됐지만 현재까지 관련 징계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에서도 피해자 이 중사의 사진 등 신상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국방부 관계자는 “신상정보를 유출하는 행위 등은 명예훼손이나 군인복무기본법으로 처벌하고 있다”면서 “소문 유포자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징계규정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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