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진 대구시장이 정부와 별개로 화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를 주선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권 시장은 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백신구매를 돕기 위해 선의로 시작한 일이 사회적 비난과 정치적 논란을 야기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며 사과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단순한 백신 도입 실패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한 이 이야기가 '가짜 백신 사기사건' 논란으로 비화된 원인을 제공한 것은 저의 불찰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대구시가 의료계 대표들과 함께 백신접종을 호소하는 ‘민관합동 담화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자체 차원의 백신구매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정부가 검토 중인 사안을 성급하고 과장되게 언급함으로써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되도록 자초했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시민 여러분과 의료계에 깊이 사과드린다. 백신구매를 위해 애쓰시는 정부의 관계 공무원들에게도 혼선을 드린 점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드린 점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의 모든 잘못은 대구시장인 저에게 있다”며 “저에 대한 질책은 달게 받겠다. 대구시민들과 지역 의료계에 대한 비난은 멈추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4일 정부와 별개로 추진한 화이자 백신과 관련해 “이번 백신 도입 추진은 시 차원이 아니라 대구 의료계를 대표하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정부의 백신 도입을 돕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해온 것”이라며 시가 직접 나서 추진했다는 주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어 “지난 4월 27일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추진 상황을 전달받고 백신 도입 문제는 중앙정부 소관 사항이므로 보건복지부와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며 "대구시에서 집행한 예산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4월 29일과 5월 30일 두 차례에 걸쳐 보건복지부 관련 공무원들을 만나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관련 자료를 전달하는 등 중앙정부와 협의했다고 강조했다. 또 보건복지부 권고에 따라 대구시가 시장 명의의 구매의향서를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 작성해줬다고도 주장했다.
대구시는 “이번 논란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대구시의 가짜 백신 해프닝은 대한민국 국격을 평가절하시킨 사건'이라는 요지의 집권당 대변인 성명은 백신 도입 성공 여부를 떠나 지역 의료계가 선의에서 한 노력을 왜곡하고 폄훼한 것이어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메디시티대구협의회 등은 화이자 백신의 공동 개발사인 독일 바이오엔테크를 통해 국내 백신 공급을 추진했다. 대구시는 화이자 백신 3000만회분을 3주 안에 공급할 수 있다는 지역 의료계와 외국 무역회사의 제안을 정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백신 수급에 대해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화이자는 각국 중앙정부와 국제기구에만 백신을 공급하고 있고, 제3의 단체에 한국 유통을 승인한 바 없다”면서 “대구시가 연락한 무역업체는 공식 유통경로가 아니고 바이오엔테크와의 거래도 아닌 것으로 파악돼 진위가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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