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수가 소속 공무원에게 개인 주택을 군 이미지와 관련된 색으로 칠하도록 권유한 게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8일 A군 군수가 소속 공무원에게 업무와 무관한 사적 영역의 주택을 특정 색으로 도색할 것을 권유한 행위에 대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벗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면서 군수에게 원상회복이나 피해보상 등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A군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진정인 B씨는 “개인 주택을 신축하자 피진정인이 주택 지붕과 처마를 군 이미지와 관련된 색으로 칠할 것을 강요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피진정인인 군수는 “A군 주재 기자를 지낸 진정인의 시아버지를 면담하던 중 진정인의 신축 주택에 도색을 권유했을 뿐”이라며 “나중에 진정인이 시아버지에게 도색 작업에 부담감을 느낀다는 말을 했다는 보고를 받고 희망하지 않으면 도색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시아버지에게 군 이미지 사업에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진정인이 군청 직원이자 며느리로서 이중의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 판단했다. 또 계약직이라는 고용의 불안정성과 위계질서가 뚜렷한 공무원 사회에서 하위직이라는 신분상 한계로 기관장인 군수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지 못했을 것으로 봤다.
인권위는 “군수로부터 진정인의 주택 도색에 대해 협조하라는 업무 지시를 받은 팀장이 진정인에게 ‘표면상으로는 협조를 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명령이고 그것이 조직문화’라고 말했다”며 “진정인이 피진정인의 권유를 거절할 수 없는 명령으로 수용하게끔 잘못된 조직문화를 강요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진정인인 군수는 “A군이 추진하는 경관 조성사업을 담당하는 직원들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사회 통념상 개인 주택의 도색은 사생활 영역으로 군청에서 추진하는 경관조성 사업의 취지나 목적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며 “상하 지위관계가 분명한 지자체에서 하급직 직원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로 직원들의 자발적 동참을 격려하고자 하는 취지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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