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
인천 사령탑이던 2019년 췌장암 진단
투병중에도 벤치 지키며 강등 막아내
“꼭 돌아오겠다” 약속과 함께 투병 전념
한때 병세 호전 대외활동 이어가기도
2021년 초 암세포 뇌로 전이… 하늘 무대로

2002 한·일월드컵은 잊을 수 없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19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월드컵 영웅들의 활약을 떠올리며 환희를 만끽하곤 한다.
이중 유상철이라는 이름은 좀 더 드라마틱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한국 축구팬들이 아끼는 ‘허슬플레이어’로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짜릿한 득점을 만들어낸 그는 대회 내내 핵심 멤버 중 하나로 활약하며 4강 위업에 일익을 담당했다. K리그 울산 현대, 일본 J리그 요코하마, 가시와 레이솔 등에서 활약하며 수비수와 미드필더, 공격수를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은퇴 이후로는 K리그에서 대전, 전남, 인천의 사령탑을 역임하며 팬들과 함께했다.
이런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축구팬들에게 슬픔과 희망을 선사했다. 인천 감독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9년 췌장암 4기 투병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현역시절부터 정열적이고 헌신적이었던 그의 투병 사실에 축구계 전체가 슬픔에 빠졌다.
다만, 유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투병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벤치에 앉은 것. 당시 그는 시즌 초반의 극심한 부진에 빠진 인천의 소방수로 부임해 악전고투 중이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유 감독의 모습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로 작용해 인천은 시즌 막판 극적인 승리를 따내며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다.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낸 유 감독은 지난해 1월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치료를 위해 사령탑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 유상철 전 감독이 7일 지병인 췌장암으로 서울 아산병원에서 향년 50세로 끝내 별세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 속에 치료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무려 13번의 항암치료를 꿋꿋하게 이겨내 팬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한때 병세가 크게 호전돼 경기장과 인천 선수단을 찾는 등 대외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심지어 인천 복귀설이 돌기도 했다.
아쉽게도 병마가 불과 1년도 안 돼 다시 유 전 감독을 덮쳤다. 올해 초 갑작스러운 두통으로 검진을 받은 결과 암세포가 뇌 쪽으로 전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기 축구계에 유 전 감독이 위독하다는 소문이 돌아 그가 직접 언론 앞에 나서 “여전히 건강하다”면서 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최선을 다했음에도 다시 병세가 위독해졌고, 이번엔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팬들에게 슬픔을 안긴 채 하늘로 떠났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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