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야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한 이재명의 '기본소득'

입력 : 2021-06-08 06:00:00 수정 : 2021-06-08 07:11: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민주 대선 경선 앞두고 쟁점화
야당 잠룡들 “사기성” “기생충” 비판
재원 마련·포퓰리즘 놓고 거센 공세
이 지사 “말과 행동 다르면 불신” 역공

이낙연 “양극화 완화 도움될 리 없다”
정세균 “용돈 수준으로 가성비 낮아”
與 내부 李 겨냥 경선 연기론도 확산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론’을 겨냥한 여야의 전방위 흔들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권 내 지지율 1위 주자인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을 공격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책 역량과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지사와 측근 의원 그룹 역시 맞대응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르면 이달 말 시작하는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도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지사는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의 기본소득론을 공격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설렁탕집을 욕하려면 설렁탕 전문 간판부터 내리라”고 직격했다.

이 지사는 국민의힘 정강 정책 1조 1호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다’를 거론하며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기생충·사기 등 극한 언사로 기본소득을 비난하고, 기본소득의 보편성에 반하여 세금 내는 상위 소득자는 배제하고 소득 하위자만 골라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 많이 수백 수천만원을 주겠다는 ‘안심소득’ ‘공정소득’을 주장한다”라며 “간판은 설렁탕집인데 파는 건 돼지국밥이라 손님들이 혼란스럽다”고 했다. 안심소득은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공정소득은 유승민 전 의원이 각각 내세우고 있는 정책이다.

그는 “장사 잘되는 원조 설렁탕집 부러워 코앞에 ‘설렁탕’집 낸 건 이해하는데, 돼지국밥 팔면서 설렁탕 비난하려면 ‘설렁탕 전문’ 간판부터 먼저 내리는 게 예의 아니겠냐”며 “보이는 것과 실체, 말과 행동이 다르면 정치 불신이 생긴다”고 했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연합뉴스

이 지사는 최근 기본소득을 놓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전문가인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윤희숙 의원 등과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계인 민주당 김병욱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국가가 국민의 경제적 기본권을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 옹호에 가세했다. 그는 국민의힘 윤 의원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비지트 베네르지·에스테르 뒤플로의 책 내용을 근거로 기본소득을 비판한 데 대해 “윤 의원은 경제학자의 후광을 업은 정치선동을 많이 한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의 안심소득, 공정소득에 대해서는 “기본소득 주장에 위기를 느꼈기 때문에 그런 맞춤 복지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싸잡았다. 이 지사 측은 기본소득 정책이 3단계에 걸쳐 있고 재원도 단계별 계획이 마련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무상급식처럼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리면서 지역경제에 선순환 효과를 줄 수도 있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계속 부각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여야의 기본소득 비판은 재원, 정책 가성비, 포퓰리즘 우려에 집중돼있다. 민주당 대권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돈을 나눠 주면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고, 정세균 전 총리는 “용돈 수준으로 가성비가 낮다”, “아전인수 격 논리를 갖다 쓴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야당 잠룡들 역시 “사기성 포퓰리즘”(유 전 의원), “청년·서민 좌절을 먹고사는 기생충”(원희룡 제주지사)이라며 비판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지사의 주장대로 기본소득이 그렇게 좋은 정책이라면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왜 모두 기본소득을 비판하는지, 이 지사는 자기 당 문제나 신경 쓰기 바란다”고 반격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겨냥해 “대선이 노름판도 아닌데, 서로 표를 사겠다고 ‘얼마 받고 얼마 더’ 식으로 돈을 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 지사를 겨냥한 당내 경선 연기론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조만간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면 정상적 경선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경선 시기, 방법 논의를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조 친문(친문재인) 이광재 의원도 포럼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백신 문제가 일단락될 때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밝혔다. 권리당원 일부는 앞서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연기를 공개 요구한 상태다. 다만 당 지도부는 여전히 경선 일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