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절 여성으로는 최초로 교수부장 돼
전역 후 7월부터 신흥 명문 라마포大 총장으로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역사상 여성으로는 처음 교수부장을 지낸 이가 준장 계급을 끝으로 전역한 뒤 신생 명문대 총장으로 내정됐다. 육사가 여자 생도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뒤 얼마 안 돼 군생활을 시작한 그가 미국 사회의 ‘유리천장’을 연거푸 깨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미 육사 및 뉴저지주(州) 라마포 대학에 따르면 지난달 육사 교수부장을 끝으로 군복을 벗은 신디 젭 예비역 육군 준장이 라마포 대학의 제5대 총장으로 임명됐다. 지난 5월 제대한 젭은 잠깐의 휴식 기간을 갖고 오는 7월부터 새 직장에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에서 태어난 젭은 1978년 육사에 입학했다. 육사가 여자 생도를 받아들인 게 1976년부터이니 그가 입교했을 당시 4학년은 여자 생도가 아예 없었고 3학년과 2학년 두 기수의 여자 선배가 있었을 뿐이다. 가뜩이나 남성 중심적인 육군의 조직문화 속에서 소수인 여자 생도들 중 한 명으로서 얼마나 난관이 많았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1982년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한 젭은 정보 병과를 받았다. 국가안보국(NSA) 같은 군 정보기관에서 일하며 젊은 장교는 정치, 국제관계, 지역 문제 등에 새롭게 눈을 떴다. 이는 젭이 정통 군인의 길에서 약간 벗어나 학자가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듀크 대학교에서 정치학으로 석사, 그리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젭은 모교인 육사 교수부에 부임해 후배 생도들한테 정치학을 가르쳤다.

대령 계급장을 달고 육사 교수부의 사회과학 학과장으로 일하던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그를 준장으로 진급시켜 교수부장에 임명하는 인사안에 서명했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야전 경험이 적은 사관학교 교수가 별을 달고 장군이 된다는 건 미국에서도 무척 힘든 일이다. 더욱이 젭은 육사 개교 이래 여성으로는 처음 교수부장 자리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미군 내부는 물론 밖에서도 ‘유리천장을 깼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5년가량 육사 교수진을 이끌고 또 생도들의 학과 교육을 책임진 젭은 지난달 말 전역했다. 그는 고별사에서 “나는 웨스트포인트에서 생도로, 청년 교관으로, 교수로, 학과장으로, 그리고 교수부장으로 보낸 시간을 영원히 가슴에 품을 것”이라며 “웨스트포인트는 내 가정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웨스트포인트 교정을 거닐었던 내 발걸음이 너무도 그리울 것”이란 말로 고별사를 마쳤다.
젭이 총장을 맡을 라마포 대학은 뉴저지주가 1969년 주민들한테 양질의 공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설립한 일종의 주립대학이다. 상대적으로 신생 학교이지만 막대한 투자와 우수한 교수진 구축으로 신흥 명문대로 부상했다. 현재 재학생은 6000명 이상이고 각계로 진출한 동문도 4만명이 넘는다. 라마포 대학 이사회 측은 젭의 총장 영입에 관해 “학문에 대한 열정, 학생 교육에 대한 헌신,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성실한 군복무 등 여러 자질을 갖춘 지도자”라며 “우리 대학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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