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국회 등에 근무하는 20대 2만명이 화이자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에 성공했다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들이 접종 대상이 아닌데도 공식 접수에 성공했다는 후기 글이 온라인 공간에 속속 올라왔고, 20대 직장인들의 예약 시도가 잇따르면서 혼선이 빚어진 것.
보건당국은 “30세 미만 의료기관 종사자의 화이자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상자 명단을 시스템에 잘못 입력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 관리가 너무 허술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의 20대 직원들이 이날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시스템을 통해 화이자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
당국은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30세 미만의 의료기관 및 약국종사자, 사회필수인력(경찰, 소방, 해경 등), 취약시설 입소·종사자, 만성신장질환자,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1·2학년)교사 및 돌봄인력 등에 대해 화이자 백신 접종 사전 예약을 받는다고 알렸다.
그런데 삼성전자에 다닌다는 20대 A씨는 이날 오전 화이자 백신 예약에 성공해 예약번호와 함께 ‘이달 16일 경기도 화성시의 한 의료기관에서 1차 접종이 진행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또한 그는 2차 접종 날짜까지 확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A씨는 상반기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가 아니며, 하반기 일반 성인 접종그룹에 속해 있다는 게 문제였다.
이 매체에 따르면 A씨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신한카드, 국회, 한국은행 등 각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다니는 2만명의 젊은 직장인들이 예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같은 날 이른 오전부터 직장인 인터넷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예약 성공기가 나돌았고, 20대 이상 젊은 직장인들이 당국의 사전예약시스템에 접속해 너도나도 예약 시도를 하며 혼선이 빚어졌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예약에 성공한 게 아니라 20대 중에서도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접종 예약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며 ‘대기업 직원도 (접종 대상인) 사회필수인력에 포함된다’는 잘못된 정보까지 나돌았다.
이번 해프닝은 당국이 대기업의 사내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30세 미만 종사자의 명단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 종사자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을 이용했던 회사 직원들 명단도 일부 포함해 입력하면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의료기관 종사자’에 의료인이 아닌 사무직 등 일반 직원까지 포함된 직장 가입자 명단을 활용했다”라며 “사업장 부속의원의 경우 해당 사업장의 종사자도 직장가입자 명단에 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해 일반 회사원이 포함되는 혼선이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사업장 내에 부속 의료기관을 두고 있는 기업은 보통 대기업이어서 이날 20대 중에서도 대기업 직원들의 화이자 백신 접종 예약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추진단은 잘못 예약된 접종 대상자에게 취소하고 개별 문자로 안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속 의원에 대해서는 실제 대상자를 별도로 조사해 등록 조치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해프닝으로 백신 접종에 대한 젊은 층의 열기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까지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부터 접종 예약을 받은 대상자들은 애초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였으나 희귀 혈전증 발생 우려가 제기되면서 접종 대상에서 빠져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됐다. 접종 기간은 오는 15∼26일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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