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조 히데키 등 7명 사형 뒤 화장
미군 장교가 태평양상공서 산골
B·C급 전범 유골도 해상 뿌린 듯

태평양전쟁 A급 전범으로 사형 집행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사진)의 화장된 유골이 태평양 상공에 산골(散骨)됐다는 기록이 담긴 미군 공문서가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교도통신이 7일 보도했다.
다카자와 히로아키 니혼(日本)대 전임강사(법학)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입수한 미 육군 제8군 작성 문서에 따르면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사형 판결받은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 7명은 1948년 12월 23일 0시 도쿄수감소에서 사형이 집행됐고, 시신은 요코하마(橫浜)로 옮겨져 화장됐다. 화장 후 수습된 유골은 제8군 활주로로 옮겨졌다. 현장 책임자였던 루서 프라이어슨 소령은 해당 문서에 “요코하마 동쪽 48㎞ 태평양 상공까지 연락기로 이동해 내가 유골을 광범위하게 뿌렸다”는 기록을 남겼다.
A급 전범의 유골은 유족에게 반환되지 않아 태평양이나 도쿄만에 뿌려졌을 것이라고 추정되어왔는데 태평양 상공에서 산골됐음이 제8군 문서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A급 전범 처형을 입회한 당시 연합국군총사령부(GHQ) 윌리엄 시볼트 외교국장은 저서에서 “지도자들의 묘가 장래에 신성시되지 않도록 유골은 뿌리기로 돼 있었다”고 기술한 바 있다. 미군은 2011년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뒤에도 시신을 수장(水葬)했다.
도조 히데키는 총리와 육군대신, 군수대신, 총참모장을 겸직하면서 태평양전쟁을 수행해 패전 후 극동국제재판소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화장 후 태평양 상공에서 산골한 유골 외에 화장터에 남아 있던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 7명의 유골 잔해는 극우 인사들에게 탈취돼 1960년 순국칠사묘(殉國七士廟)가 조성됐다. 순국칠사묘라는 묘비명은 A급 전범 용의자로 복역했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아베 신조 전 총리 외조부)가 썼다. 1966년 후생성(현 후생노동성)이 제신명표(祭神名票)를 야스쿠니신사에 보내 1978년 이 신사에 합사됐다.

이번에 문서를 발견한 다카자와 전임강사는 B·C급 전범도 처형 후 해상에서 유골이 살포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침략전쟁을 기획·시작·수행한 지휘부는 A급 전범, 상급자 명령 등에 따라 고문과 살인 등을 행한 이들은 B·C급 전범으로 분류됐다.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148명도 포로 학대 등 혐의로 B·C급 전범으로 분류돼 23명이 처형됐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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