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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심 기능 놔두고 껍데기만 손질한 ‘반쪽’ LH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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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8 00:06:04 수정 : 2021-06-08 0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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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조정 통해 인력 2000명 감축
방만경영 수술과 투명경영 시급
주택공급 기능 민간으로 넘겨야

부동산 투기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술 방안이 나왔다. 어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LH 혁신안에 따르면 기능 조정을 통해 직원 2000명 이상이 감축된다. 향후 3년간 LH 임원·고위직의 인건비가 동결된다. 개발정보 유출 등으로 문제됐던 공공택지 입지 조사 기능은 국토부로 이관된다. 토지 투기를 전문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준법감시관으로 채용하고 준법감시위원회도 두기로 했다.

어제 발표에서 조직 개편은 당정 이견으로 일단 유보됐다. 직원 일탈행위의 진앙으로 지목된 방만 조직과 권한 집중에 대한 수술이 8월로 미뤄진 것이다. 알맹이가 빠진 ‘반쪽 개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거복지와 주택공급을 제외한 비핵심 기능은 지방자치단체 등에 넘긴다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인력 감축도 노조의 반발을 넘을지가 관건이다.

개혁의 핵심은 방만경영 수술과 투명경영 확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LH 부채는 지난해 129조7000억원으로, 1년 만에 3조1000억원 불었다. 전체 공공기관 347곳 부채의 4분의 1에 달하는 액수다. 지난해 LH 부채비율은 233.6%로 공공기관 평균 152.4%보다 훨씬 높다. 공공 임대주택 사업에서 큰 적자를 본 데다 불필요한 인력을 많이 뽑은 탓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채용한 신입사원만 5000명이 넘는다. 이런 판국에서 여론에 떠밀려 갑자기 인력을 줄이겠다니 누가 수긍하겠는가. LH의 경영상태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서 3년 연속 투기등급을 받을 만큼 부실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2019년 사내복지기금에 474억원을 출연했다. 지난해엔 임직원 성과급으로 1인당 992만원을 뿌렸다. 모럴 해저드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다.

LH에 대한 국민 불신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이 믿지 않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성공할 수 없다. LH 임직원들의 뼈를 깎는 자성이 먼저라는 뜻이다. 차제에 주택공급 정책에서 발상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토지와 주택, 주거복지 부문을 떼어내 별도 기관을 만들기보다는 주택 공급과 관련한 기능을 아예 시장으로 넘기는 것이다. LH는 주거복지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기능만 유지하면 된다. 공공기관보다 경쟁력이 뛰어난 민간에서 주택 공급을 맡는 것이 효율적이다. 민간을 활성화하고 LH의 경쟁력도 높이는 길이다. 제 살을 도려내는 이런 대책이 나와야 온전한 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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