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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출입한다고 주위에 알렸을 때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축하한다”였다. “몰라봤는데 능력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말도 들었다.

사실 의아했다. 10여년 전 처음 기자생활을 시작했을 때 ‘기자에게 취재원은 권력자나 길가의 거지나 동일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기자의 직업윤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솔직히 돌이켜볼 때 이를 철저하게 지켰는지에 대해선 부족하다. 다만 결국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일 뿐이지, ‘청와대’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은 지금도 갖고 있다.

이도형 정치부 기자

하지만, 사람이고 인간인지라 우쭐대고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아예 없던 건 아니다. 주위의 시선, 청와대라는 출입처가 주는 고양감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첫 출입 후 6개월여 된 이 순간까지 자랑의 순간이 완전히 없지는 않았다. 그렇게 청와대 출입에 익숙해져 갔다.

‘고작(?)’ 청와대 출입한다는 이유 하나로 주위 시선을 받으면서, 시선에 익숙해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떨까 하는 점이었다. 문 대통령도 고양감이나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라고 추정하는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과연 어떠한 시선을 느끼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취임 4주년을 지난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을 합하면 9년 넘게 청와대에 있다.

얼마 전에 만난 현 정부 청와대 출신 한 인사는 “문 대통령 앞에서 반대하는 말을 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자기 뜻대로만 해서 힘들었다는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청와대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 대통령은 반대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며 참모진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한다고 한다.

대통령이라는 ‘권위’ 앞에서 반대를 말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통령 면전에서 ‘반대’를 외치는 게 쉬운 일일까. 재보선 패배로 청와대에 들어온 이철희 정무수석은 ‘NO라고 말하는 참모가 되겠다’는 말과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그가 들어오기 전까지 청와대 내부 분위기가 어땠는지를 엿보게 한다. 특히 임기 말 권력이 빠져나가는 순간, 그나마 있었던 ‘다른 의견’은 사라진다.

대통령의 ‘권위’와 인연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 ‘다른 말’을 들으라고 하고 싶다. 그중 하나의 부류는 사실 기자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기자들은 권위에 대한 저항을 훈련받는다. 물론 기자 세계에 속해서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문 대통령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기자라고 생각하곤 한다. 물론 ‘싸가지없음’과 ‘무례함’이라는 부작용이 파생되지만.

부작용을 각오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기자들을 자주 만나보는 건 어떨까. 지난 1년 6개월 청와대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문 대통령이 외부인과 만나는 것을 최대한 축소시켰다. 그 안에 기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최근 들어 청와대는 대통령에 대한 접촉면을 서서히 넓히고 있다. 현 정부에 많이 요구하는 ‘소통’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항상 강조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청와대’를 위해서는 때로는 다른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중 한 부류가 기자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도형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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