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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림 망치는 산림행정, 총체적 점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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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7 23:45:47 수정 : 2021-06-07 23: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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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며칠 동안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싹쓸이 벌채’ 현장을 다녀왔다.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장남리 일대 입목벌채 지역을 둘러보고 주민 의견을 청취하면서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이런 사실을 접하게 돼 더욱 우울해진다. 산에 있어야 할 나무가 모두 잘려나간 현장을 직접 찾아가 바라보면서 문득 뇌리에 스친 것은 “현재의 코로나 사태가 자연(숲)을 너무 많이 파괴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30여년 동안 대학 강단에서 산림경영학을 강의한 학자의 한 사람으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림 현장에서 입목벌채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나무를 심어서 잘 가꾸고 길러서 건강한 성숙목이 되어 벌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산림경영 활동이며 산림경영 순환시스템이기도 하다. 이때 나무 연령에 따른 면적분포를 가급적 균등하게 하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벌채 현장에 있는 몇 그루 벌채목 나이테를 세어보니 37~38년생이었다. 이 정도 연령이면 벌기령에 도달하기 전, 성숙목 전 단계에서 실시하는 간벌(솎아베기)을 해 주어야 할 연령대에 속한다.

우종춘 강원대 명예교수·산림경영학

현장 주민 얘기를 들으면서 더욱 놀라운 것은 앞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이 전염될 것을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피해목 벌채를 했다고 하는 사실이다. 이것은 임업적 전문 지식은 고사하고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무를 벌채하는 현장에서도 급경사지를 산림작업기계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임지를 많이 훼손시켜 놓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장마철 우기로 접어들게 되는데, 벌채지 근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산사태 공포에 시달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필자는 얼마 전 국제학술회의에서 전 세계의 학자들에게 우리나라의 산림녹화 성공사례를 발표한 바가 있던 터라 벌채 현장을 방문하면서 더욱 가슴이 아팠다. 현 정부가 친환경에너지, 대체에너지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나무를 벌채하고 태양광에너지 시설을 장려한다는 보도 내용, 탄소중립 2050을 실현하기 위해 아직 성숙되지 않은 나무를 벌채해야 한다는 보도 내용 등을 들으면서 현 정부가 산림행정을 너무 많이 간섭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산림현장 내부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발표하는 내용은 다분히 이론적일 수 있지만 산림현장에서는 그래도 그 이론을 토대로 해서, 현장 적응을 위해 응용하고 융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산림정책과 산림현장, 그리고 산림집행기구 등 우리나라 산림 전반에 걸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에 온 듯하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임업선진국으로의 도약은 요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BC(코로나 전), AC(코로나 후)라고 하는 용어가 생겨났다. 세계의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지구촌이 전례 없는 변화를 겪으면서 뉴노멀2.0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차제에 우리나라 산림 및 임업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끝내가면서 뉴노멀 시대가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우종춘 강원대 명예교수·산림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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