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가 소비 부진 완화와 함께 서서히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면서비스 부진이 이어지고, 국제 유가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우려도 뒤따른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펴낸 ‘6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유지한 가운데 소비 부진도 완화됨에 따라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모습”이라고 총평했다.
세계 경기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면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소비심리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민간소비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KDI는 지난 4월,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부진 완화’ 평가를 내린 뒤, 지난달 ‘완만하게 회복하는 모습’이라는 판단을, 이달에도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이라는 총평을 내놓으며 경기 회복을 공식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앞서 발표한 4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로는 -1.1%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월과 대비하면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8.8%의 증가율을 보였다.

제조업은 기저효과로 인해 출하 증가폭 13.5%로 확대됐으나 재고율이 102.4%로 소폭 상승하고, 평균가동률은 73.8%로 떨어지는 등 일부 조정이 이뤄졌다.
KDI는 “제조업의 개선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되었으나, 서비스업 부진이 서서히 완화되면서 완만한 경기 회복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월 101.3으로 전월 100.2보다 상승했고, 향후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3.6으로 전월 103.2보다 소폭 상승했다.
KDI는 다만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제조업의 개선 흐름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나,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의 회복세는 당분간 미약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KDI는 이어 “글로벌원자재 및 중간재 수급 불균형은 향후 경기 회복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소매판매액은 3월과 4월 각각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월에는 8.2%가 증가했고, 3월과 4월은 각각 10.9%, 8.6% 증가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SI)도 전월 102.2보다 3.0포인트 오른 105.2를 기록했다.
실제 통계청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4월 중 비내구재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4.2% 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비내구재는 음식료품, 의약품, 화장품, 서적·문구, 차량연료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주로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던 비내구재 소비는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2.6% 증가세로 돌아선 뒤 3월에 2.3%, 4월에 4.2%로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비내구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품목이 화장품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외출을 준비하거나 마스크를 벗을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화장품 소비 증가율은 지난 3월 전년 동월 대비 11.7% 증가한 데 이어, 4월에는 15.5%를 기록,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차량연료 소비 증가율도 지난 4월 1년 전보다 7.0% 늘며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