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에 (시스템) 장애가 나서 처리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려 옆에 공원에 나갔는데, 또 장애가 나서 심신이 망가짐.”
최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이 주변 지인들과 나눈 메신저 대화가 7일 공개됐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 네이버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업무와 부당하고 무리한 업무지시 등이 고인의 사망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공개한 메신저 대화내용에 따르면 고인은 “두 달짜리 업무가 매일 떨어지고 있어서 매니징(관리)하기 어렵다”, “장애 터져서 3일 동안 죽을 뻔 했네요” 등 주변에 업무 과다를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상급자인 임원 A씨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팀원들이 잇따라 퇴사 했고, 임원 A씨가 고인에게 팀원 이탈에 대한 책임을 질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나 네이버지회 사무장은 “고인은 팀원은 적고 업무는 많아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게 회사를 나가라는 건지 정말 일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임원 A씨가 고인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 습관적으로 모욕적인 언행을 한 정황도 파악됐다. 한 사무장은 “임원 A씨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동료의 배를 꼬집으며 ‘살을 빼지 않으면 밥을 사달라’는 모욕적인 언행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이번 사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네이버의 한 직원은 지난달 25일 오후 1시쯤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현장에서는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이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네이버는 뒤늦게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와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 등의 직무를 정지했지만 논란은 계속 커지고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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