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령대 교육정책도 다시 손질
주거·일자리·육아지원 동시 강화
코로나 백신 접종 셔틀버스 운영
주민들이 체감하도록 질 높일 것

“선진국 어디를 봐도 교육과 보육은 민간에 위탁하는 곳이 없어요. 공공이 책임성을 가지고 운영하죠. 중구의 국공립어린이집을 모두 구 직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서울 중구는 교통·경제·행정 중심지이지만 교육 인프라 투자는 부족한 탓에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주목받지 못했다. 한때 초등학교 6학년 인구 18%가 중구를 빠져나간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였다. 서양호(사진) 중구청장은 이러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공교육 직영 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하고 있다. 4일 중구 첫 공공복합청사인 신당누리센터에서 만난 서 구청장은 “23개 국공립어린이집을 전부 위탁기간 만료 순으로 직영화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13개소가 전환되었고 내년에 6개, 2023년에 나머지 4개까지 구 직영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에서 직접 어린이집 교사를 채용해 더 나은 대우를 해 주고, 교사 1인당 아동 비율을 낮춰 돌봄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매년 약 200만원씩 드는 어린이집 특별활동비도 구에서 전액 지급하는 ‘100% 무상보육’을 제공한다.
서 구청장은 취임과 함께 중구의 공교육이 “존폐를 위협하는 위기”에 놓였다고 인식했고, “이를 극복하려면 압도적으로 좋은 보육·교육 정책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가 어린이집 무상보육부터 초등돌봄, 청소년 진로체험, 전문 컨설턴트가 맡는 입시·진학상담센터까지 전 연령대 교육정책을 다시 손보게 된 배경이다. 오후 5시면 끝나는 기존 초등돌봄의 경우 온종일돌봄으로 시간을 늘리고, 방과후 수업은 구청 직영으로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어린이집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비슷한 견해라고 서 구청장은 밝혔다. 그는 “시에서 더 과감하게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급식비뿐 아니라 초등학교까지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주거·일자리·육아 지원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구청장은 인터뷰 내내 “선언적 의미로 하고 있는 것들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상보육·무상급식을 표방하지만 이런저런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국공립어린이집의 실상, 돌봄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직장인 퇴근시간보다 이른 오후 5시까지만 가능한 현실 등을 들여다보면 “반쪽짜리인 정책이 많다”고 한다.
이는 그가 구청장이 되고 나서 공약을 오히려 많이 폐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구민의 삶이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취임 후 6개월간 외부행사는 최소화하며 구정 현황 파악에 주력했다. 의정 자문위원회를 소집해 주민, 전문가들과 고민한 끝에 9개 전략과제, 20개 정책, 40개 사업으로 꼭 필요한 정책을 정리해 추진하고 있다.
서 구청장은 “지난 1년 반을 돌이켜보면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지자체장으로서 기존 운신의 폭을 뛰어넘을 기회가 되기도 했다”며 “대표적으로 백신 접종의 경우 큰 틀은 중앙정부가 짜지만 세부 시행 사항은 지자체가 살을 채운다. 이 지점에서 주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질을 높이려 했다”고 말했다. 접종센터를 늘리고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중구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75세 이상 백신접종률(97%·4월 말 기준)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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