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윤스타그램 정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윤 전 총장 측은 6일 “윤 전 총장이 5∼6일 이틀에 걸쳐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씨과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 전준영씨를 만났다”고 전했다. 전날에는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내용을 뒤늦게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현충일을 계기로 ‘안보’ 행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보수층 표심잡기에 나선 셈이다.
윤 전 총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이미 소화한 일정을 짧게는 몇시간 길게는 며칠 지난 뒤 언론에 공개한다. 다음날 어디에서 무엇을 할 지 일정을 먼저 소개하는 다른 대선 주자들과는 차별화된 행보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지만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주요 주자들은 다음날 일정을 나눠 공개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 언론과 SNS 등에 알린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아직 현역 단체장 신분이어서 주요 일정이 공개된다. 물론 공개된 일정을 먼저 알리는 것과 나중에 알리는 것에 큰 차이가 없어보일 수도 있다.
결정적인 차이는 현장에 취재진이 붙는지 여부다. 일정을 언론에 전날 먼저 공개하면 기자들이 현장에서 대기할 수 있다. 공식 기자회견이 아니더라도 기자들은 현안 관련 질문을 정치인에게 불쑥 던진다. 대선주자의 실력 중 중요한 부분은 평소 현안에 대한 정리가 얼마나 잘 돼 있는지, 이를 능숙하면서 재치있게 받아 넘길 수 있는지다.

물론, 윤 전 총장은 다른 대선 주자와 달리 공식적으로 정치 참여 자체를 아직 선언하기 전이다. 하지만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고, 본인이 검찰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기자들을 통해 내놓는 메시지를 보면 이미 사실상 ‘대권 출마’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살펴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국민 앞에 당당히 나서야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의 행보를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빗대어 ‘윤스타그램 정치’라고 지적한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는 사용자들이 정제된 내용의 사진을 올려 주로 행복한 일상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올리고 싶은 장면만 올리고 내가 쓰고 싶은 말만 쓰고 매일 보면 나는 매우 행복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느냐”라며 “이게 SNS의 장점이긴 한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얘기를 하니까 반도체공동연구소를 가고, 가상화폐 때문에 젊은이들이 시름을 앓고 있다고 하니까 코인 관련 스타트업을 가고, 윤스타그램 정치는 이제 한계가 왔다. 이젠 허물을 벗고 실체를 보여줄 때가 됐다”고 분석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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