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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수사’ 길목마다 親정부 검사 배치… 檢수사 동력 꺾이나

입력 : 2021-06-06 18:38:07 수정 : 2021-06-06 20: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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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보이지 않는 손’ 작용 의혹

‘김학의 사건’ 지휘라인 대거 교체
김관정·신성식 대표적 친정권 성향
檢내부 “수사 막을 삼각편대 완성”

불법출금 개입 혐의로 논란 중심
이광철 靑비서관, 인사 개입 의혹
금주 檢 중간간부 인사 결과 주목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층별 안내게시판이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검찰인사에서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찰 간부가 주요 요직에 임용되면서 안팎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4일 단행된 대검 검사급 인사에서 ‘김학의 출국금지’, ‘청와대 하명수사’, ‘김학의 출금 수사 외압’ 의혹 수사의 지휘 라인이 모두 친정권 성향으로 교체됐다. 이를 두고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법조계에서 제기됐다. 이번 주 후반 단행될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이 비서관을 비롯한 정권 겨냥 수사의 실무진이 줄줄이 좌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4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수원지검장으로 전보,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을 수원고검장으로 승진 발령냈다. 문홍성 수원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전보됐다. 수원고검장·수원지검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김학의 출국금지’와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수원지검 수사팀의 지휘라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학의 사건’ 수사를 막기 위한 ‘삼각편대’가 완성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의혹을 무혐의 처리한 김 지검장과 지난해 채널A 사건 오보 피의자로 지목된 신 검사장은 대표적인 천정권 성향 검찰 간부로 꼽힌다. 전국의 특수 수사를 총괄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임명된 문 지검장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당시 반부패부장) 지시를 받아 안양지청의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수사를 가로막은 혐의를 받고 있으며 수원지검 수사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금 의혹 공익제보에서 시작된 수사는 두 갈래로 진행돼 왔다. 당시 이규원 검사가 허위 사건 번호로 출금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개입한 윗선을 규명하는 동시에 이 검사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막으려던 외압의 실체를 파헤쳤다.

이 비서관은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이 출국하려던 날 법무부와 이 검사 사이에서 긴급출금요청서 작성을 조율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 비서관은 김 전 차관 출금 정보 유출 의혹을 조사하던 검찰이 이 비서관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발견하고 수사를 확대하려 하자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게 검찰 수사 무마를 부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달 이성윤 지검장을 기소한 후 이 비서관 기소를 추진했으나 대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참모진 개편에서 기소가 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이 비서관을 유임시켰다.

이밖에 ‘청와대발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장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고교 후배인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발탁, 전국의 공안 사건을 책임지는 대검 공공수사부장에 이정현 검사장이 유임되면서 정권을 겨냥한 수사 길목마다 친정권 성향 간부들로 진용이 꾸려졌다.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바라본 청와대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번 주 후반 단행될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는 ‘김학의 사건’을 수사해온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청와대발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해온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검 검사급 인사에서 정권에 반기를 든 고검장들이 대거 법무연수원으로 사실상 강등된 것으로 미뤄볼 때 ‘보복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간간부 인사에 앞서 이뤄질 검찰 조직개편의 경우 인사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한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 제한과 반부패·강력부 통합 등에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대표되는 여권의 검찰개혁 주문과 온도차가 커 관철까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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