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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백신외교 강화… 中견제·도쿄올림픽 지지 유도 포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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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6 15:00:00 수정 : 2021-06-06 19: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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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정권, 베트남·말레이시아 백신 무료제공 추진
앞서 4일 대만에 124회분 무상 제공… 臺 “양국유대 감사”
일본, 6월 하순엔 태평양 도서국에 백신제공 표명 예정
대만·베트남·말련·태평양도서 모두 中해양진출 견제 급소
코백스 지원 자금도 증액…교도통신 “올림픽 로비 성격”
사진=AFP연합뉴스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국내외적으로 체면을 구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정권이 일본의 이미지 회복과 중국 견제를 노린 백신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일본 내 사용을 보류 중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대만에 이어 이달 중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6일 보도했다.

 

◆대만 이어 베트남·말레이시아 백신 제공 추진

 

요미우리신문은 백신 외교에 대해 “중국은 백신을 80개국 이상에 공급하는 등 적극적인 백신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로서는 미국 등과 연대해 중국에 대항한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국내외적으로 체면을 구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정권이 일본의 이미지 회복과 중국 견제를 노려 백신 외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16일 정권 출범 후 첫 기자회견을 하는 스가 총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베트남·말레이시아 정부가 AZ 백신 사용을 승인함에 따라 백신 제공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국제기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공여할 방침이다. 무상 제공 물량은 향후 결정할 예정이다.

 

반한(反韓) 인사인 사토 마사히시 (佐藤正久) 일본 자민당 외교부회(外交部會) 회장은 5일 위성 방송인 BSTV도쿄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 정부가 베트남에 대한 백신 제공을 조정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는 또 이달 하순 화상으로 열리는 태평양도서(島嶼 )정상회의(Pacific Islands Leaders Meeting·PALM) 때 스가 총리가 태평양 도서국에 백신 제공 의사를 표명할 예정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1997년 일본이 태평양 도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처음 개최한 태평양도서정상회의에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팔라우, 피지, 사모아 등 19개국이 참가한다. 

 

일본 정부는 앞서 4일  AZ 백신 124만회 접종분을 무상 공급했다. 대만은 곧바로 자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타이베이 101의 벽면 전광판을 활용해 일본어로 ‘대만·일본의 유대와 감사’ 등 백신을 제공해 준 것에 감사하는 메시지를 띄웠다.

일본이 대만에 제공하는 124만회 접종분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4일 일본항공(JAL)편으로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해 하역되고 있다.  대만 질병관제서(CDC) 제공

스가 총리는 2일 코백스(COVAX) 정상회의에서 개발도상국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 자금으로 당초 이야기되던 7억달러(약 7700억원)보다 많은 8억달러(8800억원) 추가 제공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일본이 코백스에 제공할 자금은 이미 제공 의사를 밝힌  2억달러(2200억원)를 포함하면 총 10억 달러(1조1000억원 )로, 미국(25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중국 견제·도쿄올림픽 지지 유도 노린 포석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외교는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의도가 있다. 동중국해의 대만이나 남중국해의 베트남·말레이시아는 중국의 해양 진출을 차단할 급소로 여겨지고 있다. 대만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대치 중이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모두 중국과 해상 영유권 문제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태평양 도서국의 경우도 중국이 자금력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 중이라서 미국과 일본이 긴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스가 정권 출범 후 대만과 베트남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가 정권은 지난해 9월 내각 출범 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친동생이자 친대만파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을 임명했다. 스가 총리는 또 취임후 첫 해외 방문으로 지난해 10월 베트남을 찾기도 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동생인 기시 노부오 현 방위상(왼쪽)이 지난해 1월 총통 선거에서 승리해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 트위터

일본 정부는 일본 국내 사용을 보류 중인 1억2000만회분(6000만명분)의 AZ 백신을 백신 외교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이  현재 화이자(9700만 명분)와 모더나(2500만 명분)에서 받기로 한 물량은 16세 이상 인구보다 많은 1억2200만 명분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해외에서 드물게 접종 후의 혈전 사례가 보고된 AZ 백신에 대해선 사용승인을 하고도 공식 접종에선 당분간 제외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의 코백스 제공 자금 증액과 관련해서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원 자금 증액과 관련해 스가 총리가 G7 정상회의(11∼13일 영국) 때 “일본의 공헌을 강조해 올림픽 개최에 대한 찬동을 얻고 싶다는 의향”이라고 분석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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