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겨냥해 “매우 소심하고 타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제대로 못해 연임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분풀이’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무려 1경원이 넘는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임기 중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부를 정도로 중국에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내 온 트럼프와 중국의 ‘악연’이 퇴임 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州) 그린빌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 참석해 코로나19, 그리고 중국 책임론을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중국 정부 실험실에서 기원했다는 점을 민주당과 이른바 전문가들도 인정했다”며 “중국에 최소 10조달러의 코로나19 손해배상금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조달러는 우리 돈으로 약 1경1165조원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트럼프는 “미국과 세계가 중국 공산당에 배상을 요구할 때가 됐다”며 “중국이 물어내야 한다고 (전 세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주문했다. 이어 “중국이 코로나19 피해 보상금으로 최소 10조달러를 내도록 모든 국가가 협력해야 한다”며 “현재까지 피해가 그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적은 액수”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창궐로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까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420만4000여명, 사망자는 61만2000여명으로 둘 다 세계 1위에 해당한다. 화이자·모더나 등 우수한 백신 접종 속도전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는 중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1000∼1만6000명에 이를 정도로 많고 하루에 300∼500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고 있다.

트럼프는 임기 중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불러 미국과 중국 간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했다. 이는 미국에서 요즘 아시아계 주민 대상 증오범죄 발생이 급증한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는 자신이 임기 중 취한 대중 강경정책을 나열하며 중국에 대한 보다 더 강한 압박을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광범위한 중국 제품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했고 이는 주요 2개국(G2) 간의 ‘무역전쟁‘으로 이어졌다.
이날도 트럼프는 “미국이 중국 제품에 100% 관세를 매기는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민주당 행정부를 겨냥해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매우 소심하고 타락했다”고 비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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