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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수십조 쓰는데…” 남북이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이유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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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6 06:00:00 수정 : 2021-06-07 0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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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이 공중의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대에서 쏘아올려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52조8401억원. 올해 한국의 국방비 규모다. 문재인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 국방비가 40조원을 넘어섰는데, 4년 만에 52조원을 돌파했다. 

 

국방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한국의 군사력 평가 순위도 높아졌다. 지난해 미국 글로벌파이어파워(GFP)는 한국의 군사력은 미국·러시아·중국·인도·일본에 이어 6위로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군의 전력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중인 북한군을 압도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흥미로운 부분은 북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 GFP에서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군사력은 25위로 평가됐다. 25위인 북한이 6위인 한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남북은 수십년간 거액의 국방비를 지출해왔다. 그럼에도 남북 모두 군사적으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군 F-15K 전투기에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첨단무기 늘리지만…“북한 압도” 장담 어려워

 

“재래식 전력이라면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다. 문제는 핵이다.”

 

남북 군사력 균형에 대한 질문에 군 고위 관계자가 내놓은 답이다. 한국군은 1970년대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한 직후 소총과 야포 등의 국산화를 시작으로, 세계적 수준의 국산 첨단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거액을 들여 미국과 유럽 등에서 무기를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F-35A 스텔스 전투기, P-8A 해상초계기, F-15K 전투기 등은 사업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른다.

 

막대한 혈세가 외국으로 유출된다는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전력증강에 매달린 결과, 한국은 상당한 수준의 군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 25일 북한이 시험발사한 KN-23 개량형. 북한은 이 미사일 탄두중량이 2.5t으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한국군이 구축하고 있는 핵·WMD 대응체계는 북한 핵 위협을 억제할 ‘방패’다. 탄도미사일 등으로 구성된 전략적 타격체계와 미사일을 격추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북한 핵 위협이 거론될때마다 국방부가 내세우는 전략 자산 중 하나다. 

 

하지만 핵무기를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북한을 100% 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2016년 5월 노동당 7차 대회에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핵 선제공격을 받지 않는 한 핵을 먼저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기존 핵보유국과 다른 부분이다.

공군 6탐색구조비행전대 항공구조사들이 강원 영월군에서 4월 말에 열린 전투생환 및 산악구조훈련에서 조난당한 조종사를 구조하기 위해 접선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공군 제공

문제는 ‘자주권 침해’라는 단어가 매우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한반도 공해상에 미국 핵항모가 나타나도 북한은 “미국이 자주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북한이 원하면 언제든 선제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북한은 핵무기 사용에 필요한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 지난 3월 모습을 드러낸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량형은 사거리가 600㎞로 늘고 파괴력은 더 강해졌다. 

 

사거리 600㎞면 남한 전역이 타격권에 들어간다. 청주 기지 F-35A, 대구 기지의 F-15K 전투기 등 한국군 핵심 전력과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할 미군이 들어올 부산항, 김해 공항 등이 포함된다. 

 

북한이 서울을 핵공격하면 한·미 연합군은 모든 확장억제와 핵·WMD 대응체계를 동원해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쟁지도부를 초토화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한국 해군 고속정들이 항구에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반면 부산항 등 미군 전개 거점을 전술핵으로 타격하면, 미국은 북한 군사기지를 핵으로 공격하는 ‘낮은 단계의 확장억제’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평양을 공격하면 과도한 무력사용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북한이 모든 종류의 미사일과 핵무기를 동원해 서울과 미 본토를 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핵을 전술적으로 사용하는 ‘제한 핵전쟁’이다. 전쟁을 어떻게,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선제 핵공격을 감행하는 북한이 된다.

 

전쟁 주도권을 내주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전례는 없다. 북한 비핵화가 한국의 안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재래식 무기로만 전쟁을 벌여도 한·미 연합군이 북한을 압도한다는 보장은 없다.

 

한반도의 험준한 지형을 이용하면 장비가 열악한 북한군도 전투에서 한·미 연합군을 이길 수 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춘 미국이 아프간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군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미 연합군이 핵과 재래식 분야에서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북한을 압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이유다.

북한의 초대형방사포가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남한 괴롭히기’ 가능하나 승리 여부는 ‘글쎄’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은 공세적 태도로 한반도 주도권 장악을 노려왔다. 연평도 포격 도발과 천안함 피격 등을 통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지역에서 한국군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도 과시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에는 경제난 속에서도 신형 전차와 미사일, 대구경방사포 등 신무기 개발에도 힘을 기울였다. 열병식에 등장하는 북한군의 모습을 보면, 중국이나 러시아 못지 않은 현대적인 형태를 갖췄다.

 

하지만 북한군이 한국군을 압도하기는 쉽지 않다. 핵무기는 포탄처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위력이 작은 전술핵도 신중한 정치적 검토를 거쳐 제한적인 상황에서 써야 한다.

북한 공군 미그-29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이 선제 핵공격을 감행하면 북한도 거리낌없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으나,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없다. 

 

이렇게 되면 재래식 무기로 한·미 연합군에 맞서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양측이 충돌할 경우 북한군이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빈약한 경제력 때문이다.

 

북한군의 대구경방사포는 위성항법체계(GPS)를 사용해 지상 표적을 정밀타격한다. 하지만 기존 로켓보다 생산비가 비싸다.

 

대량생산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방사포를 싣고 다닐 특수차량을 확보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회피해야 하는데,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열병식에 등장했던 최신 장비들은 북한군의 정예부대를 중심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 당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정예부대와 그 외의 부대간에 전투력 격차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개최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군의 신형 전차들이 평양 김일성광장을 지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해외에서 무기를 도입하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북한 공군이 공식적으로 전투기를 수입한 것은 1980년대가 마지막이다.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중고 미그-21 전투기를 들여왔지만, 불법적으로 반입한 것이다. 미그-29 20여 대는 어느 정도 성능을 발휘할 수 있으나, 나머지 기종들은 노후화가 심하다.

 

반면 한국은 F-15K, F-35A,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이지스 전투체계, KC-330 공중급유기 등을 자유롭게 도입하며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공군력 격차를 좁히기가 어려운 셈이다.

 

북한이 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방법은 선전전이다. 대외선전매체를 동원해 비난을 퍼붓는 것이다. 

 

북한의 비난 성명을 모아놓으면 한국군 전력증강사업이나 훈련 상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한은 비난 공세에 매달리고 있다. 남한 내 반대 여론을 자극해 전력증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다.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3일 한국 공군의 레드플래그 훈련 참가를 두고 “남조선 군부가 미국의 대조선 침략과 인도태평양 전략 실현의 돌격대 노릇에 환장해 물불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달에는 한국군의 화랑훈련과 한미 연합 공수화물 훈련에 대해 “제 눈을 찌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에는 “남조선 군부가 북침 공격을 위한 첨단무장 장비개발 및 반입 책동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며 방위사업청이 3월31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대형공격헬기 36대 추가도입 등을 의결한 것을 비난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초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중앙의 은색 물체는 핵탄두 모형으로 추정된다. 왼쪽에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탭재 핵탄두 모양을 묘사한 설명도가 붙어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지난해 5월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도입과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 인도, 2800톤급 신형 호위함인 동해함 진수식 등을 거론하며 “남조선이 악성 바이러스 전염병 사태로 대혼란을 겪고 있고, 경제와 민생 악화로 인민들의 고통이 고조되고 있는 속에 무력증강 책동에 혈안이 돼 날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간 군사적 긴장은 크게 완화됐다. 휴전선과 북방한계선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날 위험도 감소했다. 하지만 휴전선을 사이에 둔 대치 국면은 변함이 없다. 양측이 군사력 강화를 지속하는 이유다.

 

북핵 협상을 진전시켜 비핵화를 달성하거나, 남북이 군사공동위원회를 개최해 상호 군비통제를 실현하지 않는 한 양측의 군사력 경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단기간 내 군비통제 등이 가시화될 가승성은 낮다. 이에 따라 군사 분야에서 남북의 보이지 않는 긴장과 경쟁, 견제는 당분간 치열하게 지속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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