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위반 회식 드러날까’ 우려
상관들 “없던 일 하자” 회유 확인
상사·준위 등 2명 보직해임 조치
文 “2차가해 등 엄정 수사” 지시
유족측 “성추행 두차례 더 있다”

성추행 피해 여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 부대 상관들이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사실이 드러날까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숨겨 달라며 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대의 조직적 회유와 은폐가 이모 중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사건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군 관계자는 3일 “지난 3월 2일 상관인 A상사가 지인이 개업을 해 회식을 하자며 성추행 피해자인 이 중사 등을 불러 이동했다. 당시 회식 자리에 모인 사람은 이 중사와 같은 병과의 공군 20비행단 소속 부사관 4명과 민간인 1명을 포함해 5명이었고, 4인 이상 집합 기준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차량에 탑승했던 선임 장모 중사가 이 중사를 강제추행하는 일이 벌어졌고, 차에서 내린 이 중사가 회식 자리에 있었던 A상사에게 신고를 했다”면서 “하지만 A상사는 ‘코로나 시국이니 없었던 일로 하면 어떻겠냐’며 회유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후 가해자인 장 중사도 이 중사가 자신의 강제추행을 문제삼자 사과 대신에 회유하는 말을 건넸고, 이를 종용하는 문자까지 보낸 것으로 군사경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이 중사 유족 측 김정환 변호사도 해당 부대 관계자들이 방역수칙을 위반한 회식이 문제될까 두려워 피해자를 회유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해자의) 남자친구까지도 사건 회유를 받았다”면서 “당시 ‘이 사건으로 인해서 신고가 이뤄지면 회식 때문에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내용의 회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군은 이날 이 중사의 상관인 노 모 상사와 노 모 준위를 보직해임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날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라”며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 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이번 사건을 회유·은폐하기 위한 군 당국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상당히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월 2일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상사에게 신고한 이 중사는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군 당국은 군검찰과 군사경찰, 국방부가 참여하는 합동수사단을 구성해 수사하기로 했다. 또 수사의 공정성·객관성 확보를 위해 민간인이 참여하는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군검찰 차원에서 수사심의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 중사의 유족 측은 이날 “생전에 다른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가 최소 두 차례 더 있다”며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다른 두 건의 사례 역시 이 중사가 직접 피해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변호인 측은 전했다.
박병진·이도형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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