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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삼성의 기부, 소아암에 맞춰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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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3 23:19:38 수정 : 2021-06-03 23: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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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소아암과 희귀질환 환아 치료를 위해 서울대어린이병원에 3000억원을 기부했다. 소아암과 희귀질환 관련으로 유례없는 금액이었지만 기사의 초점은 대부분 ‘거액’과 ‘삼성’에만 맞춰졌다. 12조원이라는 상속세에 묻힌 ‘빙산의 일각’이니 어쩌면 당연했다.

이 금액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대어린이병원 문진수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났다.

정진수 문화체육부 차장

인터뷰 당일 병원에서 처음 목격한 장면은 한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휠체어에 탄 아이는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엄마에게 심하게 투정을 부렸다. 엄마가 아이를 안아 들고 달래도 아이의 작은 두손은 엄마의 가슴팍을 계속 내리쳤다. 엄마는 그럴수록 더 세게 아이를 안아줬고 어느 순간 아이가 늘어지듯 엄마에게 기대자 엄마는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이 가족의 모습은 사실 모든 환우가 겪어내는 과정이다. 문 교수는 “집안에 아이 한 명이 아프면, 치료를 위해 맞벌이 부모 중 한 명이 회사를 그만두고, 이후엔 치료 비용으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를 돌보는 부모는 휴가도, 휴식의 시간도 없이 지쳐간다. 이런 모든 것이 사회적인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서울대병원은 중증 어린이 환자 대상으로 환자 가족이 돌봄 부담에서 벗어나 휴식과 회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어린이 완화의료센터’를 건립 중이다. 내년 개소 목표인데, 이 역시 넥슨이라는 대기업의 100억원 기부로 이뤄졌다.

이쯤 되면 대기업 기부 없으면 소아암 문제 해결은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부금과 관련해 모범적인 예시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곳이 미국 테네시에 위치한 세인트주드 어린이병원(Saint Jude Children’s Research Hospital)이다. 세인트주드 어린이병원의 예산은 80%가 넘는 금액이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기업 기부부터 캠페인, 개별 기부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지난해 기부금은 17억8000만달러(약 2조원)에 이른다. 병원은 홈페이지에 “많은 기부금 덕에 가족은 병원으로부터 치료비, 거주, 음식과 관련한 어떤 청구서도 받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가족은 오직 아이의 생명과 관련한 일에만 걱정하고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기부 문화 자체가 다르니 우리에게 먼 나라 얘기로 보일 수도 있다. 이번 기부가 3000억원과 삼성이 아니라, 소아암과 희귀질환에 더 많이 맞춰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아이들의 표정이 더 많이 보였다. 머리를 빡빡 민 아이는 박수 치며 웃고 있었고, 수액줄을 꽂은 채로 천사 같은 얼굴로 엄마 품에서 잠든 아이도 보였다.

환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를 세인트주드 어린이병원 창립자인 대니 토머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어떤 아이도 인생의 동이 틀 때 인생이 끝나서는 안 된다(No Child should die in the dawn of life)”라고.

 

정진수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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