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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물량 확보로 접종 속도전
K방역 성취 또 자만해선 안 돼
백신 여권 등 국제적 논의 빈번
집단면역 달성, 경제 안보 직결

매주 수요일 세계일보 오피니언면에 게재되는 칼럼 ‘데스크의 눈’은 보직부장들이 순환제로 2∼3개월에 한 차례씩 쓰는 글이다. 일간지에는 흔치 않은 외교안보부장직을 맡고 있는 나는 지난 1월엔 ‘바이든 스타일과 대북 접근법’, 3월 말엔 ‘백신으로 드러난 서방의 민낯’을 주제로 썼다. 이번엔 ‘미사일 사거리 지침 폐지와 한반도’ 등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된 글을 쓰다가 마감 직전 백신에 관한 글로 주제를 바꿨다. 백신이 북핵 등에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안보 사안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연로한 부모님의 백신 접종도 주제 변경에 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꽤 오랫동안 친가를 찾지 못했다. 아버지는 편찮은 데다가 백신 접종 전에는 찾지 말라고 당부한 어머니의 말씀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말씀은 그리했지만, 속으로는 자식들이 혹여 이동 중에 감염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을 법하다. 다행히 얼마 전 두 분이 백신 접종을 마무리해 한달음에 달려갈 날을 꼽고 있었다. 하지만 두 분은 최근 사고로 입원해야 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셨다면 자식들이 문병도 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가슴이 철렁했다.

박종현 외교안보부장

국내에서 5월 말 이후 백신 접종이 속도전을 내고 있다. 각종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질병관리청의 백신 접종 현황을 살펴보니 1일 0시 기준으로 1회차 접종자는 579만1503명, 접종 완료자는 217만1336명이었다. 누적 접종 건수는 796만2839건이었다. 앞서 지난달 29일엔 미국으로부터 101만명분에 해당하는 얀센 백신이 전달됐다. 당초 한·미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것보다 거의 2배가 많은 물량이었다. 인센티브 지원 등 여러 캠페인이 효과를 보아서인지 최근 예약 이후 접종률은 98%에 달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자 중 접종 의사를 밝힌 비율은 69.2%로 1개월 전에 비해 7.8%포인트 증가했다. 백신에 대한 악성 루머 때문에 우려가 있었지만 접종 거부감은 크게 줄어든 게 확연했다.

이런 흐름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주도해 설립한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1일 오후 사이트에서 살펴보니 한국의 인구비율 접종률 순위는 최근 며칠 사이에 크게 올랐다. 10%를 훌쩍 돌파해 6% 수준인 아시아 평균치보다는 높았으며, 세계 평균치와 비슷했다.

간질간질한 느낌만 가득하고 재채기는 못한 것처럼 안타까움이 컸던 때에 비해서는 상황이 여실히 개선되고 있다. 물량이 늘어나고, 접종률이 상승하고, 노쇼 백신 접종과 접종에 따른 인센티브가 버무려지면서 희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간의 경험을 근거로 한다면 하루에 접종자 200만명 달성도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우리 보건당국은 지난해 10월 하루 209만명에게 독감예방 접종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흥분은 금물이다. 한국과 국제사회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는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었다. 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주도로 설립돼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제롬 김 사무총장이 답을 줬다. 국제백신연구소는 공중보건을 위해 각국에 백신을 빨리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김 총장은 희망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백신 확보와 의료시스템을 고려할 때 한국의 집단면역 시기는 정부가 목표한 11월 비해 앞당겨질 수 있다고 그는 예상했다.

민관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기간 단축은 불가능한 게 결코 아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에 크게 밀리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K방역의 성과에 취했다가 실기한 잘못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백신 신뢰도 제고와 접종 이후 휴가 제공 등 세밀함을 더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이들의 냉철한 반성도 필요하다. 백신 불신을 증폭시킨 일부 정치인과 언론, 유명인사들은 또다시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이런 반성과 개선은 집단면역 조기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반도체 전쟁과 ‘백신 여권’ 등의 논의가 빈번한 때에 백신 확보와 접종 속도전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은 경제적 측면 등에서는 국가안보와 연결된다. 좀 더 확장하면 이는 우리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는 일이다.

 

박종현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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