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종기 모여 있는 온기를 저만치 떠나 마을 끝
밭두둑 밭고랑 비탈을 지나
달이 굴러 내린 듯
뒷산 솔잎을 누렇게 뒤집어쓰고 둥그렇게 적적한 지붕을 내려
오지 않으면 온데간데없다 하는 천지간 저 땅거미 속
누가 나왔다가 들어가긴 했는지 외딴집
보고 싶다 외롭다는 인간의 말들을
일러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저 집은 지금 스스로 달을 띄운다
달, 명징한 달

저는 동생이 사는 강원도 화천을 자주 갑니다.
밭두둑 밭고랑 비탈을 지나가다 보면 여기저기 빈집이 눈에 띕니다.
완전히 폐가가 된 집도 있고
떠난 지 오래지 않아서 온기가 조금 남은 집도 보입니다.
동생네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뒷산 솔잎을 누렇게 뒤집어쓰고 낮게 내려앉은 외딴집이 있습니다.
지금은 폐가가 되었지만, 한때 그 집에서는 식구들이 둥그런 밥상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동그란 웃음을 지었겠지요.
보름달처럼 동그랗게 웃던 아이들은 떠나가고
낡아가는 집처럼 늙어가는 두 노인은
보고 싶다, 외롭다는 말조차도 하지 못하고
지붕으로 솟아오르는 달을 보며 자식들을 그리워했겠지요.
오지 않으면 온데간데없는 저 집이
지금 스스로 달을 띄우고 있습니다.
둥글게, 둥글게,
박미산 시인, 그림=림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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