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백살’을 갓 넘긴 김양태(51·경기 고양시 대화동)씨는 요즘 하루 6시간 넘는 왕복 통근길을 마다치 않고 있다. 새벽녘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경기 안성의 한 물류센터를 오간다. 지난해 11월 처음 출근한 직장은 앞서 김씨가 20년간 넥타이를 매고 일하던 사무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른 아침부터 지게차를 몰며 산더미 같은 상자들을 옮기고 화물차에 실은 뒤 전산입력까지 마쳐야 한다. 하루 8시간 근무를 마치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지만, 정년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좀처럼 지칠 줄 모른다.
김씨는 “신용정보사와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다 과도한 스트레스 탓에 새 일을 찾게 됐다”며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기능직을 알아보다가 경기도일자리재단의 도움으로 지게차 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가족까지 지금은 응원해줘 고되지만 힘이 난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김씨와 같은 중장년층을 위해 올해 첫 중장년일자리박람회를 연다고 30일 밝혔다. 31일 개막해 다음달 25일까지 약 4주간 이어지는 ‘2021년 경기도 중장년일자리박람회: 이제 중장년이다!’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중장년층에 초점을 맞췄다.
만 40세 이상 65세 미만 도민이 대상으로,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기도 중장년일자리박람회 공식 홈페이지(jobaba.net/job1004)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이곳에서 구인·구직자 면접, 취업정보 제공, 직업상담, 채용설명회 등이 모두 이뤄진다. 구직자들은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이라면, 장소와 시간의 제약 없이 원서접수와 면접 동영상 업로드가 가능하다.
이번 박람회에는 AJ카리안서비스, 칠갑농산, 쿠팡풀필먼트유한회사 등 50개 기업이 참여한다. 해당 기업이 박람회에서 구직자를 채용했을 경우, 1인당 20만원의 채용장려금도 받는다.
지난해 박람회에선 71개 기업과 구직자 528명이 참여해 50명의 중장년 구직자가 취업했다. 올 8월과 11월에는 2, 3차 중장년일자리박람회가 예정돼 100명 안팎의 취업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도 중장년일자리박람회는 2018년과 2019년 수천명의 구직자가 몰리며 각각 155명, 189명의 취업자를 배출했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이번 행사는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주관한다. 특히 일자리재단과의 연계 교육프로그램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재단의 연계 교육프로그램은 중장년 구직자 상당수가 개별 직업전문학교를 이수한 뒤에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입사를 거절당하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김씨의 경우에도 일자리재단에서 80시간의 무료교육을 받은 뒤 3t 이상 지게차를 몰 수 있는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했다. 김씨는 “서류만 만지다 사람과 부딪히며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오기로 버텼다”면서 “아직 수입은 많지 않지만 내 삶을 개척한다는 데 의미를 뒀다”고 구직자들을 응원했다.
이번 박람회 개막식 영상은 31일 오후 3시부터 경기도일자리재단 유튜브 채널 잡아바TV와 중장년일자리박람회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정도영 경기도 경제기획관은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으로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경력과 경험을 갖춘 중장년 구직자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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