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ESG동향] P4G 서울 정상회의에 부쳐

관련이슈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1-05-27 23:19:29 수정 : 2021-05-27 23:19: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美·EU, 기후변화 해결사 자처
탄소감축·자국산업 보호 방점
우리만의 주체적 로드맵 없인
‘기후 백신’ 없는 국가 될 수도

코로나19는 공평하게 찾아드는 재난의 위력과 인류의 무력함을 보여주었다. 재난 앞에 양극화는 심화하였고, 그 양상의 진면모는 백신이 개발된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은 1월 무렵 이미 모든 국민이 두 차례씩 맞을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며 백신 욕심을 부리더니, 발 빠르게 움직인 영국과 함께 마스크를 걷어 내며 일상을 회복해가고 있다. 한발 늦었던 유럽연합도, 최초의 여성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의 기지로 화이자 백신 18억 분을 확보하며 EU 인구가 4회씩 접종할 넉넉한 양을 확보하였다는 소식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백신 전쟁에 완패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고, 상황이 더 못한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막막하다. 백신 확보와 경제 회복률이 비례하며, 개도국과 선진국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눈치가 보였는지 EU는 연말까지 1억 분 정도를, 미국은 8000만 분 정도를 개도국에 기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알게 되었다. 위기는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선진국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백신 장사’를 한다.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의 위기를 엄중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U와 미국은 기후변화 해결사를 자처하며 패권 경쟁에 들어갔다. EU는 ESG 규제 프레임워크뿐 아니라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한 개별 환경 규제에서도 리더 역할을 자처하며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지난 4월 EU 이사회와 의회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55% 감축한다는 상향 목표를 담은 유럽 기후법 개정안에 잠정 합의하였다. 4월 23일 바이든이 주최한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약속하여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는 탄소누출, 즉 온실가스 배출 관련 규제가 있는 국가의 배출량 감소가 규제가 없는 국가의 배출량 증가를 초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탄소 국경조정 메커니즘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있는 국가에서의 운영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규제가 없는 국가로 생산 사업장을 이전시키는 경우 탄소 감축의 면에서 효과가 없게 되니 규제가 없는 국가의 상품에는 세금을 부여하거나 기업에 배출할 탄소량을 한정하여 그 이상의 경우 비용을 지불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탄소 감축도 중요하지만 그 와중에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명분과 실리가 적어도 반반은 되겠거니 했는데, 코로나19 백신 전쟁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유럽연합은 그린뉴딜 담화문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공정전환 기금을 비롯한 공정전환 메커니즘을 제안할 계획을 밝히며,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의 유해한 영향에 가장 많이 노출된 사람들을 보호하겠다며 울림을 주었다. 그러나 여기서 보호의 대상은 유럽연합 자국일 것이고, 그나마도 목소리 큰 순서대로 보호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린딜은 어디까지나 그 서론에서 밝히고 있듯이 ‘EU의 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는 로드맵이자, 모든 경제 분야를 포괄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다.

EU는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에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왔다. 탄소 중립으로 반드시, 서둘러 가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이는 큰 참고가 된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인 1771년부터 2017년까지 대륙별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을 따졌을 때 유럽이 단연 1위로, 전체의 33%를 차지하고 있음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선진국들은 너무나 종종 국제환경법상 원칙이자 파리협정에 명시된 ‘공동의 그러나 차별적 책임의 원칙’을 무시한다.

우리는 눈앞에 닥친 기후위기 대응에서 선진국들이 급속하게 세팅해가는 룰을 따르는 척하며 체면치레하지 말고, 우리 사회에 맞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보호하는 주체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P4G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보여 주기 식 목표 선언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동등한 당사국으로서 탄소 중립과 공정전환을 동시에 이루어 나갈지, 그 와중에 선진국들이 어떻게 책임을 다하게 할지 협상해야 한다. 서두르지 않을 경우 우리는 기후 백신 없는 국가가 될 것이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