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에 찾은 경기 파주의 올랜드아울렛 매장에는 평일 오전임에도 쇼핑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대형 가전제품부터 식탁, 침대 등의 가구와 식품, 생활용품, 유아용품까지 다양한 품목이 전시돼 있었다.
올랜드아울렛 관계자는 “주말에는 훨씬 많이 방문하며 실제 구매고객만 200∼300명 정도”라며 “요즘에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에어컨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함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반품이나 매장 전시품 등을 다시 손질해 파는 ‘리퍼브(리퍼)’ 제품에 지갑을 열고 있다. 사용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가격은 정품과 비교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온라인 시장의 확장과 함께 리퍼브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구매 늘며 커지는 리퍼브 시장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랜드아울렛 등 리퍼브 제품을 취급하는 매장은 2017년 100여개에서 지난해 400여개까지 크게 늘었다. 리퍼브 시장은 1조원 규모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리퍼브 시장의 성장은 온라인 구매가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 온라인 거래는 물건을 직접 보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에 오프라인 거래보다 반품이 많은 편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 구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반품 상품이 대거 리퍼브 시장에 유입됐다.
리퍼브는 새로 꾸미거나 재단장한 것을 뜻하는 리퍼비시(refurbish)를 줄인 말로, 리퍼라고도 부른다. 구매자가 단순 변심해 반품한 제품, 매장이나 모델하우스 등에 전시됐던 제품, 미세한 흠집이 난 제품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올랜드아울렛은 전국 19개 점포에서 국내외 유명 가전과 가구 등을 할인 판매한다. 삼성 814L 양문형 냉장고 전시 상품은 50% 할인된 가격에, 흠집이 생긴 삼성과 LG 에어컨은 각각 43%, 48%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롯데쇼핑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이천점과 롯데아울렛 광교점, 롯데몰 광명점 등에서 올랜드를 비롯해 리퍼브 매장 프라이스홀릭, 리씽크, 롯데하이마트의 가전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리퍼브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25일 온라인을 이용해 오프라인 매장 전시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홈페이지 ‘매장 전시상품 판매’ 메뉴에서 전국 440여개 매장에서 직접 올린 전시 상품 사진을 통해 상태를 확인하고, 구매 의사가 있으면 매장방문 예약을 하는 서비스다. 이후 현장 방문이나 유선 상담으로 가격을 협의한 뒤 구매를 결정하면 된다.
티몬은 2019년부터 최근까지 상시로 리퍼브 제품을 판매하는 ‘리퍼창고’ 기획전을 진행했다. 티몬 관계자는 “특정일을 지정해 리퍼상품을 판매하고 기획전 식으로 카테고리를 따로 잡다가 이제 1600여개 상품을 일반딜로 진행하고 있다”며 “리퍼상품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속파 소비자 끌어당기며 제품군 확대
리퍼브 시장이 커지는 것은 실속을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외관상 흠집의 정도에 따라 가격이 크게 내려가기도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다.
특히 오래 사용하던 중고 제품을 사고파는데도 적극적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리퍼브 제품의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원래 가격보다 제품의 상태에 따라 매겨진 다양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데 익숙한 세대다.
이에 따라 리퍼브 매장에서 다루는 제품도 확대되고 있다. 예전에는 가전제품이 주력 상품이었지만 최근에는 음식과 생필품, 주방용품 등 자주 소비하는 저단가 상품을 다루는 리퍼브 매장도 늘어났다. 리씽크는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재고상품과 유통기한 임박상품 등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올랜드아울렛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넘어 미국 가전 매장에서 반품된 한국 브랜드 TV 등의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향후 명품 면세품과 자동차까지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서동원 올랜드아울렛 대표는 “해외 직구제품을 들여와 필요하다면 수선해 내놓을 수 있는 자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다른 곳에 없는 제품군을 계속 개발하는 한편 향후 전국 순회 라이브방송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제품도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주=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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