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심 팬데믹 종식 ‘희망’
美·英 등 기초과학 투자 원동력
우리도 미래기술 투자 힘 쏟아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국민의 피로감도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팬데믹 종식의 희망이 보이고 있다.
최근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대학의 연구진이 백신 접종자 85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백신 1회 접종 시 약 96%의 확률로, 2회 접종 시 약 99%의 확률로 항체가 형성되었다 한다. 만 1년도 안 되어 기적적으로 개발된 백신의 효과성이 데이터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 백신 접종이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도 금방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백신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통상 백신을 만드는 데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되며,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사전연구까지 더하면 약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보통 제약 산업에서는 10년간 1조원을 쏟아부어야 상업적 성공을 거둘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나서 만 1년도 되지 않아 백신이 개발되었다. 더욱이 불안정성 때문에 만들기 힘들다고 알려진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의 차세대 백신이 가장 먼저 개발되어 사용승인을 받았으니 기적이나 다름없다. 과학기술이 위기에서 그 빛을 발한 것이다.
이 같은 사건은 과학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경제적,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하고 있다. 인류가 현재의 범지구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것은 결국 과학기술 덕분이다.
감염병의 위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는 가운데에서도 경제활동이 가능한 것은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과 광대역 통신망 같은 과학 기술적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하여 방역선진국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유전자 분석과 진단 키드 개발기술에 대한 과학기술 투자가 선행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기술의 활약은 코로나19에 한정된 반짝 활약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난관이 있었고 결국 과학기술이 그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환경오염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행되는 것도, 암의 완전정복이 머지않은 것도, 화성으로의 이주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다.
다만, 인류가 이룬 과학 기술적 업적에 심취하기 전에 우리의 현주소가 어떤지도 냉철히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백신을 자체 개발하여 감염병 정복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들이 미국, 영국 등 모두 기초과학이 발달한 국가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출발하여 60여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기초과학 선진국들이 몇백년에 걸쳐 쌓은 ‘내공’을 따라잡기는 부족한 면이 있다. 백신 개발 국가의 저력은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정교한 R&D(연구개발) 전략과 상당한 노력, 그리고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과학기술 중심사회라는 말이 피상적인 구호처럼 사용되었지만, 이제 과학기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경제, 사회는 물론 문화까지도 과학기술이 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정부행정도 전자정부를 넘어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지능형 정부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관세 같은 전통적 무역장벽도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처럼 환경보호를 내세운 기술장벽으로 대체될 수 있다.
결국 미래사회의 핵심은 과학기술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의 선택이 중요하다. 그동안 잘해 왔고 더 잘할 수 있다. 조만간 백신 개발 국가 반열에 올라서야 하지 않겠는가?
안준모 고려대 교수·행정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