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우리 인간이 개를 친구로 생각해야 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울 기회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악의가 커지면, 인간은 개만도 못해진다.”
――장샤오스, 2019, [시경동물필기]; 이신혜 옮김, 2021, [시경 속 동물], 서울: 선, 91쪽.

직업 군인 출신의 문학평론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장샤오스는, 고전 『시경』에 나오는 길짐승과 곤충, 새, 물고기 등 동물 79종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중국 전통그림과 함께 풀어낸 책 『시경 속의 동물』에서, 이제 개를 친구로 생각해야 하고, 인간들간 악의가 커지면 개만도 못하다고 꼬집습니다.
그는 왜 이같이 강렬한 주장을 했을까요. 먼저 저자가 인간과의 교감 속에 단순한 가축을 넘어 이제는 반려동물이 된 개를 다룬 시를 보면 「소아」 편의 「교언」입니다. 잠깐 볼까요. “…다른 사람의 속셈을/ 내 헤아려 알아/ 깡충깡충 뛰는 약은 토끼/ 개를 만나면 잡히리라(他人有心, 予忖度之, 躍躍毚兎, 遇犬獲之).”
옛사람들은 토끼 사냥에 개를 동원했고, 토종개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야생 토끼를 쫓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시에서 토종개들이 일으키는 흙먼지와 야생 닭과 메추라기의 놀라는 광경이 눈앞에 그려진다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그러면서 인간과 가장 잘 어울려 사는 동물인 개는 윤리를 모르지만 사랑을 할 줄 아는 것 같다며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개에게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특히 인간들이 사랑하지 않고 서로 증오와 혐오를 제한 없이 분출할 때는 개만도 못하다고 준열하게 꾸짖지요.
현재 305편의 시가 전하는 『시경』은 중국 춘추시대의 민요를 엮은 책으로, 당시 중국인들의 풍속과 사상뿐만 아니라 동물도 136종이나 등장해 동물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도 엿볼 수 있는데요, 저자는 300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시와 노래 속에 자리 잡은 문화적 코드로서 동물 이야기를 이렇게 들려주는 것이죠.

영웅 무송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소설 『수호전』의 호랑이와 달리 고전 『시경』의 「소아」 편에 실린 작자 미상의 시 「소민(小旻)」의 호랑이는 인간이 감히 맨손으로 싸울 수 없는 맹수로 나옵니다. 권위와 무력에도 굴하지 않는 정도(正道)의 이미지로, 호랑이를 경시하는 건 곧 목숨을 경시하는 셈이 되는 것이죠.
“…맨손으로 호랑이와 싸울 수 없고/ 걸어서 황하 건널 수 없음을/ 사람들은 그 하나는 알지만/ 그 밖의 것은 알지 못하네/ 두려워 조심하기를/ 마치 깊은 못에 이른 듯해야 하고/ 마치 살얼음을 밟고 가는 듯해야 하네(不敢暴虎, 不敢馮河, 人知其一, 莫知其他,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冰)”
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주 선사가 옛날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말한 것을 놓고 많은 스님들이 이를 무자 화두를 잡고 참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듣기도 했습니다. 만물이 다 가지고 있는 불성을 왜 개라고 가지고 있지 않겠습니까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악의로 가득차면 개만도 못하다는 말, 서늘하기 그지없습니다. 더 이해하고 더 화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사를 읽는 당신도, 댓글 쓰시는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요?(2021.5.24)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중국 그림 사진=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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