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최대 호황을 누리는 국내 골프장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금 감면을 받는 대중골프장은 국내 상장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의 8배나 높았다. 해외 골프여행길이 막힌 코로나19 특수를 틈타 그린피(입장료)와 카트사용료, 캐디피 등 이용료를 일제히 올려 세제 혜택을 이용객 부담으로 전가하는 ‘배짱 영업’을 일삼고 있다. 대중골프장과 마찬가지로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받는 제주도 회원제 골프장은 더이상 감면 요구를 할 명분이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군 골프장 등을 제외한 전국 골프장의 이용객 수는 4673만명(골프 인구 추산 514만명)으로 1년 전보다 12.1%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골프장 이용객이 늘면서 골프장 수익률도 대폭 개선됐다.
23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국내 골프장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골프장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사상 최고치인 31.6%(2011년 15.4%, 2016년 12.6%)였다. 특히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 영업이익률은 40.4%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상장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5%였인 점을 감안하면 대중제 골프장은 평균 대비 8배 가까운 수익을 챙긴 셈이다.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중과세율이 적용되고 회원 할인 혜택을 주는 회원제 골프장 영업이익률은 18.1%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골프 수요가 늘면서 골프장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제 골프장 주중 이용료는 19.0% 급증했다. 이는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대상 주중 이용료 상승률(7.4%)의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가격을 올려도 손님이 몰리니 안 올릴 이유가 없다는 게 골프장의 설명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산이다.
골프장들이 입장료 폭등 비난을 사자 카트 이용료를 은근슬쩍 올리는 꼼수도 부리고 있다. 일부 골프장은 평일(주중)인 금요일 오후에도 휴일(주말·공휴일)에 준하는 요금을 받는 등 돈벌이에 혈안이 되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골프장들은 5인승 카트 이용료를 8만원에서 9만∼10만원으로 일제히 올렸다. 팀당 4인뿐만 아니라 2인이나 3인이 이용할 경우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그린피와 캐디피 인상에 비싼 카트 이용료도 골퍼들에겐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팀당 카트 이용료가 9만원 이상인 회원제 골프장은 75.8%, 대중제는 61.6%에 달한다. 5인승 신형 전동카트 가격은 1500만∼1800만원(중고 1100만원)이다. 카트 이용료를 9만원이라고 가정하고 한 대당 1년에 400회를 가동한다고 했을 때 매출이 3600만원이다. 부가가치세를 빼고도 3240만원이다. 카트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인 충전비, 보수비 등이 1년에 200만원 정도 든다. 카트 구입 후 6∼7개월이면 본전을 뽑는 셈이다.
그린피에는 각종 세금이 부과되지만, 카트비에는 부가가치세 10%만 붙는다. 카트가 ‘골프장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이유다.
일부 골프장은 금요일 2부(오전 11시 이후) 요금을 휴일(주말·공휴일)과 비슷한 요금을 받아 원성을 사고 있다. 김모(52)씨는 “항공사처럼 골프장도 평일인 금요일 오후에 주말·공휴일 요금을 적용한다면 일요일 오후에는 평일 요금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요금 인상에도 서비스는 나아지는 게 없이 24시간 렌터카 사용료보다 비싼 카트 이용료를 받는 등 코로나19를 틈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물가 상승과 다른 골프장 요금과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카트 이용료를 인상했다”며 “그린피와 카트 이용료를 인상해도 매일 빈 타임이 없을 정도로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그린피를 비슷한 시기에 올리고, 올해 카트 이용료를 줄줄이 인상하면서 담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대중제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2015년 기준 대중제 265개, 회원제 219개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난해 기준 대중제는 344개로 대폭 늘어난 반면 회원제는 158개로 줄었다. 대중제로 전환하면 세금이 대폭 감면되면서 영업이익률이 치솟기 때문이다.
대중제 골프장 호황의 이면에는 세금 감면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대중제 골프장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개별소비세(개소세) 감면이다. 정부는 현재 대중제 골프장 이용객 1인당 정액으로 1만2000원의 개소세를 감면해준다. 여기에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각 3600원과 부가세 1920원을 더하면 1인당 세금 감면액은 2만1120원이나 된다. 지난해 대중제 골프장의 세금 감면액은 1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재산세율 역시 다르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모집 혜택을 주는 대신 높은 재산세율(4%)을 부과하고 개소세 감면 혜택도 없다. 반면 대중제는 0.2~0.4%의 낮은 재산세율과 개별소비세 100%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이런 세금 감면 혜택에 손님까지 몰리니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제 부럽지 않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제주도 회원제 골프장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 연장 명분 사라져
제주도의 경우 회원제 골프장 개별소비세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75%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골프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감면 혜택을 줬지만 더 감면을 연장할 명분이 사라지게 됐다.
2015년까지 100% 감면됐던 제주도 골프장 개별소비세 감면혜택은 2016년·2017년 75%으로 감소된데 이어 2018년 폐지됐다. 2019년 골프업계와 도관광협회 등의 건의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75%(1만5840원)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제주도 회원제 골프장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감면 혜택을 줬지만, 내륙과 제주도 회원제 간 입장료 차액은 2019년 5월 주중 2만1000원, 토요일 2만8000원에서 개소세 감면으로 2020년 5월 주중 3만1000원, 토요일 3만5000원으로 벌어졌다가 올해 5월 주중 1만1000원, 토요일 1만7000원으로 축소됐다. 제주도 골프장 이용료가 내륙과 별반 차이가 없는 데다 일부 영호남권 골프장보다 비싸다.
제주도 회원제 골프장에도 다시 개별소비세를 100% 부과하면 이용객의 부담으로 전가돼 이에 대해 개선 방안도 요구되고 있다.
골프장 30곳이 운영되는 제주도 골프장의 경우 도민 할인율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 원성을 사고 있다.
5월 기준 제주지역 대중제 골프장의 입장료는 주중은 13만2600원, 토요일(주말)은 16만6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5월보다 1년 사이 주중 입장료는 21.7%, 토요일은 14.7% 오른 것으로, 충청권 골프장(주중 24.3%, 토요일 21.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이 주중 16.2%·주말 12.5%, 강원권이 주중 18.7%·주말 14.7%, 호남권이 주중 19.3%·주말 15.4%, 영남권이 주중 17.1%·주말 11.3% 인상됐다.
제주지역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평균 입장료는 주중은 17만6900원, 주말(토요일)은 22만1100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주말 입장료는 3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대중골프장 실태조사·영업정지 권한 부여 법안 발의”
문제는 회원제 골프장이 대중제로 전환하면서 회원동의만 받을 뿐, 회원 수나 입회금이 비례해서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편하게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골프장들이 많이 운영돼야 함에도 지방세수를 확보할 목적으로 회원제 위주로 인허가를 내준 제주도의 책임도 적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서 소장은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할 경우, 전환 후 일정 기간 그린피를 세금감면액 정도 인하하도록 조례에 규정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대중골프장으로의 전환을 막아야 한다”라며 “입장료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대중골프장 입장료가 회원제 비회원 입장료보다 세금감면액보다 적을 경우,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골프장 횡포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국회와 지방의회 차원에서 제재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강성민 제주도의회 포스트코로나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골프장에 대한 지하수 이용 지역자원시설세 감면을 제외하는 ‘제주특별자치도 도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조례 개정을 통해 지하수 이용 지역자원시설세 감면 대상에서 골프장을 제외해 1억2400만원의 세수 확충 효과를 유도했다. 강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19 호황을 누리고 있는 도내 골프장이 도민 할인 혜택을 없애는 등 제주도민을 외면하는 행태를 보여 각종 유예 조치를 해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체육시설 설치 이용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방자치단체에 대중골프장에 대한 실태조사 권한을 부여하고 허위 자료 제출 등에 대해서는 영업정지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양 의원은 “1조원에 달하는 세금감면 혜택을 받은 대중골프장 중 상당수가 유
사회원제 모집행위 등을 통해 사실상 회원제로 편법운영하거나 입장료를 대폭 인상하는 등 사실상 탈세라고 할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코로나19를 틈타 이용료를 대폭 올리는 대중제 골프장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제재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대중제 골프장이 회원제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혜택을 누리면서도 사주들 마음대로 그린피를 올려 받고 있다”면서 “대중제 골프장에 대한 세금 혜택을 축소하거나 그린피를 통제해야 할 시점”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도의회 포스트코로나대응특별위원회는 24일 오후 2시 도의회 소회의실에서 ‘바람직한 제주지역 골프산업 정립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과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정책토론회는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는 골프산업의 요금 인상과 불친절 등 관광객과 도민이 제기하는 각종 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서는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이 ‘제주 골프장 산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최영근 제주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이 ‘코로나 이후 지속가능한 골프관광 활성화 방안’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한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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