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테레사, 달라이 라마, 한경직 등 수상

세계 최고 권위의 침팬지 등 영장류 연구자이자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영국의 제인 구달(87) 박사가 올해 템플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미국 태생의 영국인 사업가 존 템플턴이 1972년 창설한 템플턴상은 과학과 종교 활동의 상호이해 증진 및 향상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유명하다.
20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존 템플턴 재단은 구달 박사를 2021년 템플턴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헤더 템플턴 딜 재단 이사장은 “구달 박사의 업적은 겸손과 영적 호기심의 좋은 예시”라며 “침팬지 등 영장류 연구 분야에서 그의 업적은 동물의 지능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인간성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줬다”는 수상 이유를 밝혔다.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 박사는 ‘침팬지의 어머니’란 별명을 갖고 있다.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그가 20대 중반이던 1960년부터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침팬지와 함께 생활하며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구달 박사는 영장류가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복잡한 사회성을 지닌 동물임을 만천하에 보여줬다.
구달 박사는 197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제인구달 연구소를 설립해 침팬지 등 영장류 연구를 이어나갔다. 1991년부터는 ‘루츠 앤드 슈츠’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자연보호 운동에 해당한다. 현재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구달 박사는 “겸손해지고, 압도된다”며 “상금은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 중인 (자연보호) 운동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템플턴상의 상금은 150만달러(약 16억9000만원)다. 이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 상금(약 110만달러)보다도 더 많은 거액이다.
템플턴상의 역대 수상자 중에는 마더 테레사, 달라이라마 같은 위대한 종교인이 있는데 이제 구달 박사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한국 역시 템플턴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다. 북한 출신의 실향민으로 기독교계 거목이 된 한경직(1902∼2000) 목사가 사회복지, 복음 전파, 남북화해 등에 기여한 공로로 1992년 템플턴상을 받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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