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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맹국과 손잡고 中 배제 전략… 한국, 선택 강요받을 듯 [심층기획 -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

입력 : 2021-05-18 06:00:00 수정 : 2021-05-18 08: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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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서 공급망 재편 논의 확대
2월 반도체 등 핵심품목 공급망 검토 지시
내달 결과 발표… “美기업 회귀 등 포함 예상”
21일 韓·美 정상회담서도 협력 논의 전망

‘쿼드’ 협력 강화… 美·日 정상 가장 먼저 확인
EU는 희토류 등 확보 위해 ‘원자재동맹’
英, 일찍부터 화웨이 제재 통해 재편 대열

반도체 강국 한국, 美 재편전략 주요 대상
직접적인 투자 등 압박 받을 가능성 농후
“전체 산업 아우르는 대응전략 마련 필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안 중엔 공급망 협력이 눈길을 끄는 의제다. 새로운 의제로 보이지만 공급망 이슈는 미국에선 10여년 전부터 대두돼온 문제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세계 각국이 여기에 빠르게 이합집산하면서 공급망 문제는 최근 외교가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꼽힌다. 미국은 6월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검토 결과를 발표한다. 예견되는 것처럼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되면 한국의 산업과 안보에도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검토 결과가 발표되기 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의 공급망 관련 논의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美,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립외교원 이효영 교수는 17일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중 무역 분쟁이 화두가 되면서 중국의 기술패권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재편됐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논의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24일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희토류 등 광물자원, 의약품, 의약재료 4가지 핵심품목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다음달 발표되는 검토 보고서는 미국 기업을 다시 본국으로 회귀시키거나 동맹국과의 동조를 통해 중국으로 쏠린 공급망을 재편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미국이 기존엔 적시 생산·공급·최소비용을 위한 효율성을 추구했다면, 지금부터는 공급망 탄력성 유지를 통해 기업이나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자국 제조업에서 미국 내 생산부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기준을 만들고 강화해 제조업 역량을 확대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재편 전략은 동맹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공급망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었던 미·일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전 세계적 공급망 재편 속 국가들 분주

각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재편 정책과 기후변화, 코로나19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기를 맞아 각자의 상황에 맞춰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3월 대중견제 성격을 가진 협의체 쿼드(Quad) 화상정상회의에서 5G, 공급망 협력이 의제로 오른 이후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국 간에 공급망 협력이 더 가속화됐고, 일본은 미국과 가장 먼저 정상회담을 하며 이를 확인했다. 한국과 더불어 반도체 생산 주도국으로 꼽히는 대만도 중국과의 경쟁관계 속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재편 정책에서 미국과의 협력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희토류와 필수 금속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유럽원자재동맹’을 지난해 9월 발족시켰다. 또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영국 역시 일찍부터 화웨이 제재 등을 통해 공급망 재편 대열에 나선 국가다.

우리 정부는 공급망 등 경제 분야에서의 미·중 경쟁과 관련해선 현재까지 외부적으로 “개별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각 산업 분야에서 이에 맞춘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미국의 압박이 더 직접적일 수 있는 만큼 전체 산업을 아우르는 대응전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개별 기업의 전략에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기업의 판단으로 남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 전략과 관련된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 제공·뉴스1

◆대책마련 나선 한국

반도체 등 첨단기술에서 앞서가는 한국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의 주요 대상 국가다. 지난달 미국 애나폴리스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서는 주된 의제였던 대북 정책 외에도 공급망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급망 문제가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높고, 직접적인 투자 압박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미국의 동맹국 중심 공급망 재편 정책의 연장선상이다. 지난달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바이든 행정부 출범 100일, 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정책과 한국의 대응방향’ 토론회에서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처럼 중간재 생산국가들은 시장을 가진 나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가에선 북핵 갈등 같은 기존의 안보 의제보다는 공급망 재편에서 한국이 미·중 갈등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특히 쿼드가 출범 당시 안보 중심 기구였던 것과 달리 공급망, 코로나19 등으로 협력 이슈를 확대하면서 공급망 재편 문제는 쿼드에서 핵심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쿼드 참여 관련 입장에 대해 “쿼드에 명시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개별 사안에서 쿼드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공급망 재편 문제는 대표적으로 한국이 쿼드 국가들의 질서에 참여하도록 요구받는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 의존도를 무시할 수 없는 한국으로서는 안보 문제보다 더 직접적인 위협이다.

한 예로 희토류의 경우 미국·호주 등 쿼드 국가와 중국 사이 희토류 전쟁이 불붙으면서 이들 국가 간의 공급망 대립이 뚜렷해지고 있는데, 한국으로선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과 쿼드 중심의 공급망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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