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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반도체 전략 발표, 민·관 유기적 협력이 성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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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13 23:21:07 수정 : 2021-05-13 23: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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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를 열고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가 2030년까지 510조원 이상을 쏟아붓고 정부는 세제·금융·인프라·인력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서는 게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충청권 일대에 세계 최고의 반도체 국가 도약을 위한 ‘K-반도체 벨트’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늦었지만 정부가 재계의 건의를 수용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지원 내용을 보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에 최대 40∼50%, 시설투자에 최대 10∼20%가량 세액공제를 해주는 게 그나마 눈길을 끈다. 설비투자 지원 규모는 1조원 정도로 생색내기에 그쳤다. 업계가 수년 전부터 요청해온 반도체특별법 제정은 쏙 빠졌다. 이러고도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평택공장 건설 때 전기·용수 규제에 막혀 5년간 허송세월을 했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를 하겠다는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적극 돕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공수표 남발이 이번에도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올 들어 불붙은 세계 반도체 전쟁은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아시아에 편중된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바꾸겠다며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의 자국내 투자를 종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1조위안(약 175조원)을 투입하는 ‘반도체 굴기’에 나섰고 유럽연합(EU)도 500억유로(약 68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는 샌드위치 신세다. 메모리반도체에선 미국 마이크론 등 후발주자들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고,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40년 전 미국의 압력 등으로 쇠락한 일본 반도체의 전철을 한국이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21세기 산업의 쌀’ 반도체는 국가 명운이 걸린 산업이다. 수출 비중이 20%에 달하며 투자는 제조업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미국·중국 등 경쟁국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때다. 투자에 실기하거나 공급망 구축에 실패하면 우리 경제는 나락에 떨어질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한 몸처럼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기 바란다. 이것이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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