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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식의경영혁신] 반도체 대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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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13 23:17:59 수정 : 2021-05-13 23: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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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쟁적 선도구매에 칩 수요 급증
공급망 투명성 확보… 불확실성 줄여야

오는 5월 20일에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이 반도체 부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 GM, 포드, 구글, 아마존을 초대하여 화상회의를 개최한다고 한다. 지난 4월 12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여한 회의에 이어서 두 번째로, 미국 정부가 개최하는 합동 회의이다. 지난해 말부터 문제가 되었던 반도체 칩의 부족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산업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반도체 부족으로 미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올해 최소한 100만대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은 1분기 아이폰 생산량을 10% 감축했고 삼성전자도 4월 예정이었던 신형 갤럭시 A 시리즈 출시를 연기하였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TSMC의 마크 리우 사장은 반도체 부족 현상이 최소한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왜 반도체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반도체 수요가 전 세계 반도체 공급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비대면 경제가 급속하게 활성화되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갑자기 모든 사람이 자동차, 모바일 폰, 컴퓨터를 여러 개씩 사들이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반도체 칩 수요가 급속하게 증가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반도체 공급망 내부에서 인위적으로 과도한 수요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망에 얽혀있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재고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경쟁적 선도구매, 수량 할당에 대비한 이중주문 및 주문량 부풀리기가 주문량의 폭증을 가져왔다. 화웨이는 미국산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구매가 금지되는 시점 전까지 반도체를 지속해서 매입하여 2년치 재고를 비축하였다고 한다. 또한, 화웨이가 점유한 모바일 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 경쟁사인 샤오미, 비보 등도 반도체 칩을 집중적으로 비축하였다. 또한, 올해 들어 반도체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주문 리드 타임이 지속해서 늘어나자, 기업들은 최소 6개월∼1년치의 수요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선도구매 주문을 경쟁적으로 발주하였다. 그리고 반도체 제조사로부터 더 많은 재고를 할당받기 위해 이중으로 주문을 넣거나 주문량을 부풀리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브로드컴은 고객들이 주문을 취소할 수 없도록 하여 기주문을 억제하려고 하고 있으나 아직 역부족이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사의 생산 유연성 부족과 복잡한 속내로 인해 반도체 공급은 쉽게 증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인텔, TSMC는 고성능·고부가가치 반도체 생산에 집중해 왔지만, 수익성이 낮은 저가의 차량용, 컴퓨터용 반도체는 NXP, TI, 일본 르네사스 등 규모가 작은 업체가 생산해 왔다. 이번에 급증한 수요는 대부분 전력관리 칩, MCU 등의 저가 반도체로서 삼성전자나 인텔이 직접 뛰어들어 바로 제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한파와 화재로 인해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의 공급여건이 더욱 악화되었다. 또한, 통상 반도체 팹 건설은 수조원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므로 반도체 기업들은 신중하게 투자 시점을 선정한다. 지금처럼 선도구매나 이중주문이 많은 상황에서는 정부와 고객사들이 설비 증설을 요구해도 반도체 업체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팹 건설이 최소 2년 이상의 건설 기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수급 문제는 당장 올해 안에 해결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대란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는 공급망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수요 기업은 실제 시장 수요 정보를 반도체 제조기업과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가주문과 이중주문을 차단하여 공급망 내부의 정보 왜곡을 최소화해야 한다. 반도체 제조기업은 경기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별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서 생산계획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최종 시장의 수요에 기반하여 생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허대식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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