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광주시가 ‘나눔의 집’에 모셔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9명의 유골을 수변구역 보호를 이유로 강제 이전하라고 명령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은 2017년 추모공원을 조성하면서 고(故) 이용녀(2013년 별세) 할머니 등 이곳에서 생활하다가 영면한 분들의 유골함을 설치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만간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나눔의 집 등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달 1일 추모공원에 설치된 유골함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오는 10월1일까지 이전하라고 명령했다. 이전 명령과 함께 과태료 180만원도 부과했다.
이전 명령에 불복할 경우 시설 책임자가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거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광주시는 나눔의 집이 있는 퇴촌면 일대가 한강 수계 수질보전을 위한 수변구역으로 지정돼 예외 규정을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은 수변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봉안시설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같은 유골함 불법 설치 사실은 지난해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이 나눔의 집의 후원금 유용 논란을 조사하던 중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해법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전쟁터에 끌려가 고초를 겪으신 분들께 다시 피해를 주는 것”이라며 “나눔의 집에서 친하게 생활했던 분들이 함께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도 유골함 설치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그동안 행정당국이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시설 관계자는 “유골함은 1995년 지금의 주차장 부지에 있다가 2017년 옮겼는데 유골함 설치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지난달 28일 고충 민원을 제기해 방법을 찾아달라고 호소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나눔의 집에는 현재 평균 연령 96세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4명이 생활하고 있다. 관리·감독 권한은 경기도와 광주시가 갖고 있다.
경기 광주=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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