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입주 예정인 경기 판교신도시 인근 아파트 단지가 옹벽 논란에 휘말렸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높이 30m, 길이 300m의 거대 옹벽 바로 앞에 지어져 있다. 아파트 11~12층 높이까지 옹벽이 있는 것으로 국내 아파트 단지 중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고 길다.
거대 옹벽으로 삼면이 둘러싸인 이 단지에는 전용면적 84~129㎡의 중대형 아파트 1223가구가 들어섰다.
그 부지는 원래 공기업이 소유했었는데, 이전하면서 민간에 매각됐다.
아파트 사업을 할 수 있게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토지의 용도가 변경됐고, 사업자는 부지를 넓히기 위해 산을 수직으로 깎아 옹벽을 만들었다. 대지면적은 5만2428㎡이고 용적률은 316%다.
아파트 내 옹벽은 무너지면 큰 인명 피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설치 기준을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다. 우선 높이는 15m가 최대치다.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비탈면(옹벽 포함)의 수직 높이는 15m 이하가 되도록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절토(땅을 깎는 작업) 시 시가화(市街化) 용도(아파트 용도 포함)는 비탈면의 수직 높이를 15m 이하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옹벽과 건물 사이의 간격도 문제라고 중앙일보는 지적했다. 옹벽과 건물과의 이격은 주택 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최소 1대 1이다.
옹벽 높이가 10m라면 옹벽에서 최소 10m 떨어진 곳에 건물이 있어야 한다. 이 아파트 단지는 건물 벽체라는 옹벽의 역할을 하는 구조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이 최소 6.4m다. 그 뒤에 있는 원 옹벽과의 거리도 10m를 조금 넘는다.
사업자가 이렇게 옹벽을 만든 이유는 사업 부지가 비행기 운항과 관련한 고도 제한을 받는 탓이다. 고도 제한에 걸려 높이 짓는 데 한계가 있는 탓에 30m가량 땅을 파서 부지를 조성했고, 그에 따라 옹벽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옹벽 만든 이유는 따로있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해당 부지는 매각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몇차례 유찰되자, 시가 기부 채납을 받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올려줬다”며 “허가받은 용적률을 사업자가 챙길 수 있게 설계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부지는 앞서 공매로 나왔으나 실제 몇차례 유찰됐다. 고도 제한과 옹벽 높이 탓에 아파트 건물을 12층밖에 지을 수 없어 여러 부동산 디벨로퍼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지 매입을 포기했다.
이런 제한 조건에서 단지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일부 동의 저층부 아파트 앞뒤로 옹벽을 마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탓에 최대 8층까지 아파트가 비어있는 동도 있다. 아파트 동간 거리도 건물 높이의 0.5배로 짧다. 피트니스센터 등 주민 편의시설은 아파트 옹벽에 바로 붙여 지었다.
지진 등의 재해가 일어나면 토압(토지의 압력)이 엄청난 탓에 옹벽 붕괴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산다.
시는 앞서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의 회의를 거쳐 인·허가가 난 만큼 적법한 것으로 봤다는 입장이다. 대신 준공검사 때 안전에 이상이 없는지 아주 깐깐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중앙일보에 전했다.
◆"준공검사 때 안전에 이상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볼 것"
시행사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단지 옆 연구·개발(R&D) 센터 등 시에 기부채납하는 부지가 많아 특혜는커녕 이 사업에서 손해를 볼 지경"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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