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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96% 횡단보도 ‘일단멈춤’ 안지킨다

입력 : 2021-05-03 18:38:01 수정 : 2021-05-03 22: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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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공단 서울 5곳 실태조사

1시간 차량 185대 중 177대 위반
“운전자 90% 의무 알고도 내달려”
보행자 사고 해마다 4000건 넘어
사진=연합뉴스

“차들이 속도도 안 줄이고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지도 않으니까 많이 불안하죠.”

 

지난달 27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은 하교하는 아이들로 붐비고 있었다. 학교 앞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아 어린아이들은 길을 건너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건너편에 선 학부모를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지나는 차량에 놀라 뒷걸음질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을 돕던 학교보안관 조봉식(65)씨는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만 잘 해줘도 교통사고 위험이 크게 줄어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이날 서울 종로구의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5곳에서 ‘운전자 일시정지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차량 185대 중 177대(95.7%)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음에도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준수율이 4%에 불과한 것이다.

 

조사는 △농협은행 종로1가지점 앞 △광화문 오피시아빌딩 앞 △코리안리빌딩 앞 △세종로 대우빌딩 앞 △재동초 앞에서 각각 1시간 동안 진행됐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27조1항은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같은 의무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공단은 보행자가 차량 앞을 지났더라도 횡단보도를 완전히 건너기 전에 출발하면 위반으로 간주했다. 재동초 앞의 경우 초등학교 앞인데도 무신호 횡단보도를 지난 차량 36대 중 단 2대(5.5%)만이 일시정지 의무를 준수했다. 광화문 오피시아빌딩 앞과 코리안리빌딩 앞, 세종로 대우빌딩 앞은 30∼50대의 차량이 지났지만, 일시정지 의무를 지킨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농협은행 종로1가지점 앞은 40대 중 6대가 지켜 그나마 높은(15%) 준수율을 보였다.

조사를 진행한 홍성민 책임연구원은 “설문조사를 하면 일시정지 의무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운전자가 90%가 넘는데 준수율은 극히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교통사고는 한 해 4000건 이상 발생한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벌어진 보행자 사고는 총 4026건으로, 부상자는 4177명, 사망자는 56명에 달했다.

 

정부는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무신호 횡단보도 일시정지 의무를 이전보다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 더해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일시정지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공단의 실태조사 당시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하는 때 횡단보도를 지나던 차량 73대 중 일시 정지한 차량은 1대에 불과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는 “운전면허 교육 때부터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체득시키고, 교통문화 개선 캠페인·교육, 단속을 통해 의무 준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혜·이지안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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