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친문 결집… 역대최소 득표차
비교적 높은 인지도가 승부 갈라
‘견제와 균형 감각 작용’ 분석도
4·7 재보선 참패 후 ‘구원투수’ 등판
대선 경선 연기론도 해결 과제로

3수 끝에 마침내 더불어민주당 당권을 거머쥔 송영길 의원과 2위를 기록한 ‘강성 친문(친문재인)’ 홍영표 의원의 득표율은 불과 0.59%포인트에 불과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역사상 최소 득표차로 알려졌다. 당심은 송 의원을 선택했지만, 당내 강성 친문의 위력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 의원이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구원투수’로 선발된 만큼, 성난 부동산 민심 등을 되돌리고 내년 대선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정권재창출을 이뤄내야 해 두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5·2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신임 당 대표는 35.6%를 득표해 당선됐다. 홍 의원이 35.01%, 우원식 의원이 29.38%로 뒤를 이었다.
선거 전 관측대로 송 의원은 대의원, 일반당원의 지지를 업고 당선됐다. 대의원 34.97%, 일반당원 40.38%로 송 의원이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3번의 당 대표 도전 과정에서 다져온 대의원 표심, 후보 중 비교적 높은 인지도가 승부를 갈랐다.
송 의원의 승리는 순탄치 않았다. 선거 초반만 해도 송 의원이 우위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막판 친문 결집으로 홍 의원과 초접전 양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예고대로 홍 의원은 권리당원(36.62%), 국민 여론조사(37.36%)에서 송 의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최종 득표율은 전국대의원 45%, 권리당원 40%, 국민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합쳐 계산하는데, 정통 친문 홍 의원이 주로 강성 친문이 포진한 것으로 알려진 권리당원을 끌어모아 송 의원을 바짝 추격해온 것이다.
송 의원의 당선 배경엔 ‘견제와 균형’ 감각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도부의 한 축인 원내대표로 친문 핵심 윤호중 의원이 당선된 만큼, 다른 한 축은 비교적 친문 색채가 옅은 주자가 힘을 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송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긴 했으나, 친문 핵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 의원이 당내 기울어진 저울추의 균형자라고 해도, 여전히 당의 주인은 친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용민(17.73%), 강병원(17.28%) 의원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해서다. 송 대표로선 강성 친문과의 원만한 관계 설정으로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쇄신책을 밀어붙이는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부동산 정책에서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송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 확대를 주장하고 종합부동산세 완화엔 ‘신중론’을 제기해 왔다. 최근 출범한 당 부동산특위의 테이블 위에도 LTV 확대와 종부세 등이 올라와 있지만, 송 의원 주장과는 미묘하게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대표로서 최근 당내 주류 대 비주류의 날 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강성 친문 문자폭탄에 대한 당내 교집합도 찾아야 한다. 송 의원은 이날 당선 직후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 “열성적 당원들의 당에 대한 열정은 이해한다”면서도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몰려다니며 말을 못 하게 막아버리면 당심과 민심이 유리된다”고 강조했다.
전대 종료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당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대선 경선 연기론’도 송 대표의 선결과제로 꼽힌다. 송 의원은 “의견을 잘 수렴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왔지만, 대선 경선 연기론이 현실화하려면 당장 여권 내 견고한 ‘1강 체제’를 구축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 캠프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전대에서도 임종성 의원 등 이재명계 핵심 의원들이 송 의원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다”며 “송 의원과 이 지사 사이 원활한 소통창구는 마련돼 있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송 의원과 이 지사는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국내 도입에 한 목소리를 내는 등 의기투합 한 바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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