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애플·BoA·아메리칸익스프레스·코카콜라 순 보유
버핏 “유망 산업 드라마틱하게 변화…인덱스 투자하라”
멍거 부회장 “암호화폐는 문명 이익에 반해” 지속 비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0)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애플 주식 일부를 매도한 것에 대해 “실수였던 것 같다”며 후회했다. 지난해 전량 매도했던 항공주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또 세계 산업지형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점을 들어 인덱스 펀드 투자를 추천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한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미국 CNBC가 보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은 원래 본사가 위치한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개최하지만, 올해는 97세인 찰리 멍거 부회장을 위해 그가 거주하는 LA에서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온라인 형식으로 진행됐다.
◆“애플 주식 아직 엄청 싸다...항공주는 여전히 관심 없어”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버핏 회장은 “우리는 작년에 애플 주식을 살 기회가 있었는데 일부를 팔았다”면서 “실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에 보유하고 있던 애플 지분 중 3.7%를 매각한 바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애플 주식은 1110억달러(약 124조400여억원)다. 지난해 일부를 매각했어도 여전히 애플의 최대주주다.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도 애플이다. 애플에 이어 △뱅크 오브 아메리카(400억 달러·44조7000억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214억 달러·약 24조원) △코카콜라(211억 달러·약 23조5800억원)의 순으로 보유하고 있다.

올 들어 애플 주가는 횡보하고 있지만, 버핏 회장은 여전히 투자 매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애플 주식은 아직도 엄청나게 싸다(huge, huge bargain)”며 “애플은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제품”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사람들에게 자동차와 애플 중 하나를 포기하라고 한다면 자동차를 포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핏 회장은 그러나 지난해 항공주를 전량 매도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주총에서 4개 항공주를 매도한 사실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항공사 주식이 급등했고 버핏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버핏 회장은 “항공 산업의 수익력은 감소했고 해외 여행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며 “우리가 팔았기 때문에 이 산업이 더 잘해왔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잘 되길 바라지만, 나는 여전히 항공주를 사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드라마틱한 변화...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
버핏 회장은 인덱스 펀드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애플, 사우디 아람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 20개 세계 최대 회사 명단을 보여주며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한 그는 이들 중 어떤 기업이 30년 후에도 명단에 남아있을 것 같냐고 물었다. 이어 1989년 명단에는 이들 중 한 기업도 없었으며 당시 가장 큰 회사의 절반은 일본 회사였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버핏 회장은 “이는 자본주의가 놀라울 정도록 잘 작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세상은 아주, 아주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가장 좋은 투자방법은 인덱스 펀드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핏 오른팔 멍거, 암호화폐 강력 비판
버핏 회장은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그는 주주들의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은 회피하면서 “비트코인을 매도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매수하는 사람이 다수인 상황”이라며 “이들의 큰 슬픔을 느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버핏의 ‘오른팔’인 멍거 부회장은 다소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암호화폐를 때렸다.

그는 비트코인을 “납치범이나 강탈범에게나 유용한 화폐”, “난데없이 뚝딱 만들어진 새로운 금융 상품”이라고 부르며 “그것은 역겹고(disgusting) 문명의 이익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멍거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비트코인이 극단적인 변동성을 갖고 있으며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비판해왔다. 암호화폐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추구해온 가치투자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에서 개미들의 주식 투자 열풍을 이끈 온라인 무료 증권거래 플랫폼 로빈후드(Robinhood)에 대해선 두 사람 모두 강하게 비판했다. 버핏 회장은 “로빈후드가 투기를 부추겼을 뿐만 아니라 주식 시장을 마치 카지노처럼 바꿔버렸다”고 지적했다. 로빈후드는 기존 증권사들과 달리 수수료 없이 가입자들이 무료로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등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앱이다.
버핏 회장은 “로빈후드가 어리고 주식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도 하루 수십번씩 거래하도록 만들었다”며 “동시에 (게임스톱 등의) 거래를 제한해 돈을 챙기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애플 주식에도 공매도 활동이 연관됐다는 것을 알고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공매도와 연관된 주식 거래 상당수가 로빈후드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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