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적대정책 철회 안 해 반발
北 도발 우려, 철저히 대비하길

북한이 어제 미국과 남한을 비판하는 담화문 3개를 발표했다.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 대해 “대단히 큰 실수를 했다.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무성 대변인도 미 국무부의 북한 인권상황 비판에 대해 “우리의 최고존엄을 모독한 것은 우리와의 전면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라며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고 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우리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지난해 6월 김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이 대화 조건으로 내세운 대북 적대정책 철회가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반영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반감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북핵 협상의 지렛대로 삼지 말라는 경고의 뜻도 담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외교와 인권 압박을 병행하는 실용적 접근을 통해 이전 정부의 ‘일괄 타결’과 ‘전략적 인내’의 중간 길을 모색하는 새 대북정책의 틀을 공개했다.
북한의 반발은 북·미 대화 재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말해준다. 북한의 적대정책 철회 요구는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순간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가 사라지는데 들어줄 수 있겠는가. 북한이 제재망을 벗어난 뒤 군축협상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얻겠다는 속셈을 미국이 모를 리 없다. 이런데도 북한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도발 위협을 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담화문 3개에 모두 ‘상응한 조치’ 표현이 들어있는 점은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도발에 나설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는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고강도 도발을 벌여선 안 된다. 도발 후 협상을 통해 보상을 얻는 수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길 바란다. 핵보유국이라는 헛된 꿈을 좇아 도발 수위를 높이는 건 자멸을 재촉할 뿐이다.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이벤트에 집착해 북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쇼를 벌여서는 안 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방안을 모색하면서 북한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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