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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참사 1년… ‘화재취약’ 물류창고 공사장 변한 게 없다

입력 : 2021-05-02 21:00:00 수정 : 2021-05-02 19: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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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도권 8곳 점검 결과
75%가 간이소화장치 물 안 나와
경보기·피난유도선도 ‘유명무실’
우레탄폼 등 위험작업은 잦지만
보건관리·화재감시자 배치 부실
“원청업체 관리 강화 등 규제 필요”
지난 2020년 4월 29일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물류창고를 짓는 과정에서 여전히 안전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을 끄는 데 필수인 소화장치에서 물이 나오지 않거나 작동되지 않는 비상경보장치가 놓여 있는 등 부적합 사례가 여럿 적발됐다. 규제사각지대로 인해 보건관리자도 제대로 배치되지 않는 등 인명 피해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2일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이 발간한 중대재해 이슈리포트 ‘냉동·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예방 기획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75%에서 간이소화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올해 2월 3∼9일 수도권 냉동·물류창고 건설현장 8곳을 조사한 결과 2곳에서만 간이소화장치의 물이 나왔다. 간이소화장치는 화재가 났을 때 물을 뿌려 불을 끄는 장치로 소방청장이 정하는 성능을 갖춰야 한다. 냉동·물류창고는 대부분 한 층의 높이가 10 내외로 일반 건물 3층 이상의 높이이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소화기만으로 불을 끄는 데 한계가 있다. 간이소화장치가 정상 작동해야 안전하다는 의미다.

일부 현장에서는 화재가 났음을 알리는 비상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냉동·물류창고 건설에 사용되는 우레탄 폼은 불이 붙으면 급속도로 퍼지기에 재난 피해를 막으려면 일분일초를 다투는 빠른 대처가 필수다. 비상경보장치가 현장 전체 장비와 연동돼 울려야 작업자가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다.

화재 발생 시 작업자들에게 비상구 등을 안내하는 간이피난유도선도 마감 공정으로 인해 전원이 연결돼 있지 않은 등 작동이 어려운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보건관리자가 배치된 현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산업안전법은 800억원 이상 규모의 공사 현장에 보건관리자를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냉동·물류창고 건설현장의 경우 공사대금이 100억~400억원대이기 때문이다. 냉동·물류현장은 기계·설비 배관, 우레탄 폼 과정에서 가스류와 유해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사용함에도 보건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물류 창고 공사장들의 안전 관리가 여전히 부실해 인명 피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을 합동감식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화재감시자의 부실한 배치도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화재감시자는 용접 등 불이 날 가능성이 있는 작업을 하는 현장에서 화재위험을 감시하고 화재 발생 시 대피·유도 업무만을 담당한다. 하지만 대부분 협력업체를 통해 화재감시자를 배치하는 등 화기 작업에 전문성이 없는 일용직을 세워놓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위생관리국(OSHA)은 화재진압에 대한 지식이 많고 능숙한 작업자를 화재감시자로 정의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정세균 공단 중앙사고조사단 부장은 “용접 등 위험작업 시 대부분 협력업체에서 (화재감시자를) 신청하면 원청에서 승인하는 절차로 관리하고 있지만 실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원청의 현장 작동성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수적”이라며 “화재 분야 교육 이수자나 현장 자체적으로 일정 시간 화재진압과 비상 대피 교육을 한 작업자를 배치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4월 28일 경기도 용인 남사면 북리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해 방역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고용부는 14일까지 전국 냉동·물류창고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화재·폭발 예방 긴급점검을 실시한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이행 여부를 불시에 확인해 화재·폭발사고를 예방하고, 법 위반 사항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나 시정조치를 한다. 시정조치 미이행 현장은 사법처리까지 할 예정이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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