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하면서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점을 남겨 이건희 미술관이 세워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에 지어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2일 박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에 이건희 미술관을 짓는다면 유족의 의견을 중시하여 장소성, 건축, 전시 등에서 빼어난 세계 최고 수준의 미술관을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술품들을 전시할 미술관을 짓는다고 하는데 이 논의가 유족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마치 서울에 짓는 것처럼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안 그래도 서울공화국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인데 역시 서울에 있으면 지방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의 서울 집중도 극심한 현실에서 또 서울이라니요”라며 “수도권에는 삼성의 리움 미술관도 있고 경기도의 호암 미술관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그분의 고향도 이곳(부산)”이라며 “대한민국의 문화 발전을 위한 고인의 유지를 살리려면 수도권이 아닌 남부권에 짓는 것이 온당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되어 있고, 안 그래도 북항 등 새로운 문화 메카 지역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또한 “문화산업과 관광산업의 연계를 위해서도 이건희 미술관이 부산에 꼭 필요하다”며 “수도권에 있으면 여러 미술관 중 하나가 되지만 부산에 오면 누구든 꼭 가봐야 하는 명소가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건희 회장은 별세하면서 국보와 보물, 세계적 화가의 그림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이중에는 ‘정선필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고려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등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국외 작품으로는 호안 미로의 '구성',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이 있다.
지난달 30일 삼성 측은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 박수근 화백의 ‘마을풍경‘ 등 유화 4점과 드로잉 14점 등 작품 18점을 기증했다.
한편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미술관’이 세워질 후보지로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터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인근이 거론된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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