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세라티의 운전대를 잡으면 창처럼 위아래도 길게 뻗은 패들 시프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스티어링 휠과 같이 움직이지는 않지만 긴 길이 덕분에 스티어링 휠이 돌아간 상황에서도 변속이 가능하다. 특히 패들 시프트의 금속성 촉감은 마세라티의 숨겨진 매력이다. 최근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신차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운전성과 감성 측면의 매력에 집중한 마세라티의 준대형 세단 ‘기블리 S Q4 그란스포트(GS)’모델을 지난 16일 시승했다.
기블리는 전장이 4975mm, 휠베이스 3000mm로 차가 앞뒤로 길게 뻗어 있다. 삼지창 로고와 근육질 보디는 웅장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고속 주행 시에도 무게(2070kg)와 부피에서 오는 중량감과 안정감도 크다. 프레임리스 도어는 문이 열렸을 때 한층 세련됨을 더한다. 다만 데일리카로 어려움은 없지만 큰 차체에 비해 뒷좌석 공간이 넓은 편이 아니라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처음 큰 차체를 보면 움직임이 둔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기지만, 주행 중 연속으로 이어지는 코너나 90도 이상 방향을 전환하는 코너 길에서도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ZF 자동 8단 변속기는 어떠한 주행 상황에서도 최적의 힘을 찾아 엔진과 차를 연결했다. 평소에는 수동변속을 따로 하지 않아도 답답함 없이 주행이 가능했다. 후륜구동 기반의 가솔린 사륜구동 차량으로 3.0L V6 트윈 터보 엔진이 탑재돼 430마력, 59.2kg·m 토크를 발휘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286km/h,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데 4.7초가 걸린다.

뛰어난 주행성능과 함께 마세라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기음이다. 특유의 ‘으르렁’ 거리는 배기음은 이 차를 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스포츠 모드로 놓으면 마세라티 고유의 깊고 울림 있는 소리가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전·후륜 모두 노면 조건에 따라 댐핑력을 계속해서 변동시키는 스포츠 스카이훅 전자제어식 서스펜션도 장착됐다. 일반 주행모드에서는 나름 부드러운 주행감과 정숙성을 갖추기도 했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있는 마세라티 로고의 아날로그 시계는 고풍스러운 멋을 더한다. 다만 차 가격을 생각했을 때 아주 고가의 시계라는 느낌은 조금 덜 하다. 아날로그 계기반도 직관적이고 정확한 움직임을 전달하지만 최근 디지털화된 다기능 계기반에 비하면 편의성에는 조금 떨어진다. 일각에서 이는 운전 본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집중도를 높이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시판 럭셔리카 중 업그레이드된 첨단운전자보조(ADAS) 기능을 탑재해 자동차전용도로 등에서 운전할 때 피로감을 덜어준다. 기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차선유지 보조, 액티브 사각지대 보조 기능이 추가됐다. 하지만 헤드업디스플레이가 없다는 점이나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이 접목되는 최신 제품과 비교하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또한 비상등이 기어 레버 앞부분에 위치해 비상시 사용하기가 불편했다.
이러한 불편함 속에서도 기블리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은 ‘쿼츠’ 시계가 점령한 요즘에도 여전히 ‘기계식’ 시계 특유의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조금은 불편함이 있지만 그 불편함 마저 특유의 멋스러움과 달리기 성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소비자들을 마세라티로 이끄는 매력 아닐까. 가격은 GS모델 기준 1억5057만원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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