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망법상 불법정보 유통 혐의로 수사해달라"…고발장 접수
일각선 성폭력처벌법·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적용 가능성 거론
법조계 "부적절하지만 형사처벌 수준의 음란물로 보기 어려워"

유튜브 영상에서 남자 인형으로 성적인 묘사를 해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개그우먼 박나래(36)씨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법조계에선 문제가 된 영상이 법률상 처벌 가능한 음란 영상으로 보기는 어려운 만큼, 박씨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나래 사과, 프로그램 폐지했지만 “수사해달라” 고발장 접수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는 최근 박씨의 성희롱 논란 관련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안인지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앞서 박씨는 지난달 웹 예능프로그램 ‘헤이나래’ 유튜브 영상에서 남자 인형을 소개하면서 성희롱성 발언과 행동을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헤이나래는 아동 상대 콘텐츠 제작 유튜버 ‘헤이지니’와 박씨가 함께 출연한 웹 예능으로, 박씨의 ‘동심도전기’를 콘셉트로 제작됐다. 박씨는 해당 영상에서 ‘암스트롱맨’이라는 남자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며 인형의 팔을 사타구니 쪽으로 가져가 성기 모양을 만들며 장난스럽게 발언해 시청자들로부터 “명백한 성희롱”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이후 박씨는 자필 사과문을 냈고, 제작진도 공식 사과후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헤이나래는 폐지됐다.
그러나 박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 유통’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이 국민신문고에 올라와 경찰은 최근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정보통신망법은 음란한 영상 등의 배포·전시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일각에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영상 등을 컴퓨터나 통신매체를 통해 상대에게 전달하지 못하도록 한 ‘성폭력처벌법 위반’, 아동에 대한 성희롱 등 성적 학대 행위를 금지한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적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법조계 “부적절하지만 처벌 수준의 음란 영상은 아냐”
법조계에선 박씨의 행동이 법률상 처벌 대상이 되는 ‘음란’의 기준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아,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경민 변호사(법무법인 LF)는 “엄밀히 따지면 (박씨의) 행동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기 위해 딱 들어맞는 법 조항은 없는 것 같다”면서 “영상 내용 자체가 음란한 영상으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박씨의 행동이) 부적절한 행동인 건 맞지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음란 영상으로 볼 수 있을지는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유광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시우)는 “실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성적인 장면이 묘사되고 있는 점, 성적인 농담이 일반 방송에서도 실제 오가는 점에 비추어 보면 박씨의 행위가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 유통 금지를 위반한 것인지는 법원의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법원은) 표현의 자유와 정보통신망의 건전한 이용이라는 두 가치의 이익을 형량해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낮다. 유 변호사는 “박씨의 행위는 형식적으로는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해당하지만, 형사법의 문언은 매우 좁게 해석해야 한다”며 “이 법은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로 피해자를 특정하고 있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방송한 박씨의 행위는 이 법으로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박씨의 행동이 성희롱으로 처벌될 가능성에 대해선 “성희롱을 규정한 법률들이 있긴 하지만, 모두 직장이나 지위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영상에서) 만약 앞에 아동이 앉아있었거나 직접적으로 대면을 하는 등 상대 아동이 특정된 상태에서 진행됐으면 모르겠지만, 단순히 ‘불특정 다수의 아동이 시청할 수 있다’는 현상만을 갖고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의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튜브에 올라왔던 영상을 확인할 수 없어 제작사 측에 요청해 영상자료를 받았다”며 “영상 전후 상황을 살펴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안인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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