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 있던 두 살배기 남자아이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운전자가 첫 재판에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사고 고의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사고 운전자는 스쿨존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 유턴을 하다가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했다. 이 사고는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 이후 발생한 첫 사망사고였다.
29일 오전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영호) 심리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기소된 A(54)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A씨 측 변호인은 "아이를 차로 친 사실은 인정하지만, 바퀴로 밟고 지나가지는 않았다"면서 "또 사고 지점은 어린이 보호구역과 20~30m 떨어진 곳으로 적용 법조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량 블랙박스를 보면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블랙박스 영상에 대한 증거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A씨 변호인 측 의견을 수용함에 따라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다음 재판은 증거 조사로 진행된다.
A씨는 지난해 5월 21일 낮 12시 15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의 한 스쿨존에서 차로에 서 있던 B(2)군을 자신의 싼타페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불법 유턴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시 B군은 버스정류장 앞 차로에 서 있다가 변을 당했다.
B군의 엄마도 사고 현장 근처에 있었으나 사고를 막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사고 당시 A씨의 차량 속도는 스쿨존의 규정 속도인 시속 30㎞를 넘지 않는 시속 9∼18㎞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으나 "(차를 돌리는 과정에서)아이를 보지 못했다"라며 사고 고의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다만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피해 부모와 합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7월 피해자의 실질적 피해 회복을 위해 형사조정 절차를 밟았고, 같은해 12월 형사조정이 성립됐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한편 민식이법은 스쿨존에 과속단속카메라나 과속방지턱, 신호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개정한 도로교통법과 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관련 규정을 일컫는다.
한편 2019년 9월 충남 아산시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사망 당시 9세) 군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으며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민식이법에 따라 스쿨존에서 사고를 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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