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못 남겨 주목 덜 받아
사령선 남아 달 뒷면 첫 관측

1969년 인류 최초의 달 착륙 여정에 동행했던 마이클 콜린스가 28일(현지시간)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의 가족은 이날 콜린스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는 사랑하는 아버지이자 할아버지가 암과의 용맹한 싸움 끝에 세상을 떠난 것을 알리게 돼 유감스럽다”며 “마이클은 삶의 도전에 언제나 품위 있고 겸손하게 맞섰고, 마지막 도전도 같은 방식으로 맞섰다”고 밝혔다.
2012년 작고한 닐 암스트롱에 이어 콜린스도 영면에 들면서 52년 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다녀온 1930년생 동갑내기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인 3인방 중에서 생존 인물은 버즈 올드린만 남게 됐다. 올드린은 소셜미디어에 “당신이 과거 어디에 있었든, 또 앞으로 어디에 있든, 당신은 우리를 더 높은 고도로, 그리고 미래로 안내할 것”이라는 글을 올려 고인을 추모했다.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공군 조종사를 거쳐 나사 우주비행사가 된 콜린스는 1969년 7월21일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1호에 탑승해 인류 과학기술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달 착륙선 ‘이글’에 옮겨 탄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 표면에 인류의 첫 발자국을 남겼을 때 그는 사령선 ‘컬럼비아’에 남아 97㎞ 상공 달 궤도를 돌고 있었다. 무려 21시간 넘게 홀로 달 궤도를 돈 데다 사령선이 달의 뒷면으로 들어갔을 때에는 48분간 지구와의 교신까지 끊겼던 까닭에 고인은 그간 ‘절대 고독’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그에게 ‘역사상 가장 외로웠던 사람’, ‘기억되지 않는 세 번째 우주인’ 등 달갑잖은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2019년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국가적 영웅으로 다시 태어난 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관측했던 당시를 회고하며 “아름다운 작은 영역에서 나는 황제였다. 꽤 널찍한 공간이었고, 심지어 따뜻한 커피도 있었다”며 사령선에 홀로 남겨진 것에 개의치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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